미술시평 (3) - 어른이 없는 시대 어른이 없는 시대 지난 20세기는 인류문명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과학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자신이 인간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또한 스스로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20세기 과학의 총아 전자문명은 인류를 전혀 .. 미술시평 2007.07.02
나를 울린 시 (13) - 별 별 이성선 손에 쥔 것 다 놓아 버리고 길가에 낙엽처럼 구겨져 잠든 젊은 거지 이마에 별이 떴다. 초경으로 놀라 우는 소녀, 밤내 잠들지 못하는 그녀 얼굴이 그의 추운 꿈길 속 풀꽃 위에 맑은 이슬로 맺혀 떤다. 이 세상에 첫사랑처럼 가슴을 떨리게 하는 일이 달리 또 있을까. 첫사랑은 나 아닌 또 다.. 명시감상 2007.07.02
나비 꿈 (23) - 이슬 이슬 露 밤이 되자 숲 속에 꼬마요정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꼬마요정들은 날씨가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모여 춤과 노래를 부르며 밤새껏 신나게 노는 것이 일이었다. 꼬마요정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커다란 나무들 밑에서 오밀조밀 살아가는 아주 작은 풀들 위를 뛰어 다니는 일이었다... 우화집 2007.07.02
나비 꿈 (22) - 천둥 천둥 雷 어느 깊은 산중에 머리와 수염이 하얀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날마다 눈을 감고 앉아 명상에 잠기는 것이 일이었다. 물론 농사철이 되면 농사를 지었다. 농사라고 해봤자 옥수수와 감자를 심어놓고 한 두 차례 김을 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서 눈을 감고 앉.. 우화집 2007.07.02
나비 꿈 (21) - 번개 번개 閃光 어느 조그만 섬 마을에 노총각이 혼자 살고 있었다. 노총각은 아주 조그만 고깃배 하나로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다. 노총각에게는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이 있었다. 그 가슴 아픈 사랑을 못 잊는 나머지 혼자 사는 것이었다. 노총각은 아주 어릴 적 이웃마을에 심부름 갔다가 눈이 별처럼 빛.. 우화집 2007.07.01
나비 꿈 (20) - 월식 월식 月蝕 아주 깊은 숲에서 꼬마도깨비들이 한창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얼굴에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꼬마도깨비들의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러웠다. 그 때 마침 밤늦게 산 고개를 넘던 마음씨 착한 마을 이장아저씨가 이 광경을 몰래 훔쳐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장 아저씨는 꼬.. 우화집 2007.07.01
나를 울린 시 (12) - 두만강 푸른 물 두만강 푸른 물 이대흠 파고다 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소폰 연주자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대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 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소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 명시감상 2007.07.01
나를 울린 시 (11) - 지붕 지붕 박형준 바람이 몹시 부는 날 지붕이 비슷비슷한 골목을 걷다가 흰 비닐에 덮여 있는 둥근 지붕 한 채를 보았습니다. 새가 떨고 있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개를 접고 추락한 작은 새가 바람에 떠밀려가지 않으려고 흰 비닐을 움켜쥔 채 조약돌처럼 울고 있었습니다. 네모난 옥상들 .. 명시감상 2007.06.29
나비 꿈 (19) - 일식 일식 日蝕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두 명의 꼬마아이는 해가 중천에 뜬 한낮, 마당에서 땅따먹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제법 학교에 다니는 형들만큼 큰가 하면, 한 아이는 또래보다도 한참 작았다. 힘으로 하는 일이라면 큰 아이가 잘하겠지만 땅따먹기놀이는 반드시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 우화집 2007.06.29
나비 꿈 (18) - 저녁 놀 저녁놀 黃昏 방랑시인이 고원을 걸어가고 있었다. 고원은 너무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하나,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무릎 정도 자란 이름 모를 풀들과 들꽃들만이 땅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나무 한 그루 없으니 새 한 마리 있을 턱이 없는 데.. 우화집 200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