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꿈 (11) - 불 불 火 아주 깊은 산 속 벼랑 높은 곳에 아기 주먹만한 하얀 차돌이 박혀있었다. 그 하얀 차돌은 밤낮으로 자신의 몸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는 것이 일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한낮에는 더욱 반짝이도록 몸을 닦으면서 따스한 기운을 몸 속 가득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해님처럼 밝고 따뜻한 .. 우화집 2007.06.26
나비 꿈 (10) - 구름 구름 云 옛날에 한 어진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백성들이 평화로운 가운데 배고프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도록 나라를 다스렸다. 임금은 언제나 검소하게 살았다.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반찬 가지 수를 줄였고 병든 백성을 보면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했다. 뿐만 아니라 백성을 .. 우화집 2007.06.26
나비 꿈 (9) - 바람 바람 風 한낮의 사막에는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뱀이며 전갈이며 도마뱀 따위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막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는 그대로 죽음의 땅일 뿐이다. 어느 날 한낮이었다. 햇빛이 쨍쨍 비치는 사.. 우화집 2007.06.26
나를 울린 시 (8) - 길 '길' 윤제림 꽃 피울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들, 작전도로 신작로 길로 살 하나 툭 불거진 양산을 쓰고 손으로 짰지 싶은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곰인형 가방을 멘 계집애 손을 붙들고 아낙 하나가 길을 간다. 멀리 군인트럭 하나 달려오는 걸 보고, 흙먼지 피해 일찍 피어난 개나리꽃 뒤에 가 숨는.. 명시감상 2007.06.26
찻그릇 (2) - 찻그릇의 기능성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찻그릇을 위해 2. 찻그릇의 기능성 차를 마시는 일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을 만큼 우리의 삶에 밀착되어 있다. 녹차를 마시는 인구만 해도 줄잡아 5백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차의 부흥기라고 할만하다. 그러다보니 차 도구를 비롯하여 차와 관련된 주변산업도 크게 발전.. 찻자리 2007.06.26
찻그릇 - '신이도다완' "낙엽" 일본 노무라미술관 소장 청이도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찻그릇을 위해 1. ‘이도다완’과 ‘신이도다완’ 지난 1월 말 일본에 갔다가 정말 너무도 놀라 가슴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전례로 보아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해탄을 건너는 비행기 안에서 막연히 .. 찻자리 2007.06.26
나비 꿈 ( 8) - 은하수 은하수 銀河水 어느 고원에 자식 없는 노부부가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 노부부는 학교에 다닌 일이 없고 누구한테 글을 배운 일도 없었다. 그래서 바깥 세상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채 살았다. 어쩌다가 소금이나 불을 켜는데 필요한 기름 따위를 사러 읍내에 나갈 뿐, 하늘의 해와 달과 별 그리..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7) - 별 별 星 아주 깊고 깊은 산골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농사꾼이었는데 먹을 것이라고는 몇 가지 채소와 감자 그리고 옥수수가 전부였다. 그리고 가진 것이라고는 부모님이 애써 일구어 놓은 밭 몇 뙈기가 전부였다. 그 밭에서 나오는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채소로는 두 부부가 굶지 않고..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6) - 달 달 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은 밤이었다.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하나 둘 강가로 모여들었다. 강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너무 고요해서 강물의 흐름이 멈춘 것이 아닐까 의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일까. 강물은 몹시 무겁고 침울해 보였다. 강물 탓인지, 검은 ..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5) - 해 해 太陽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따뜻한 기운이 남쪽으로부터 서서히 북쪽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며칠 째 온통 안개에 잠긴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북쪽으로 올라오던 따뜻한 기운조차 안개에는 맥을 못 추는 것이었다. 따뜻한 기운은 무겁고 침울.. 우화집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