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운문(34) - 유자 柚子유자 신항섭 꽃이라 부르세요 갈물 든 잎들이 말끔히 지고 나면 청록으로 얽은 가시줄기 사이로 늦가을 저녁놀 한 자락 길게 뽑아 물고 담황색 꽃놀이 한 판에 자지러질 테니까요 서정적인 운문 2008.11.20
서정적인 운문 (33) - 금창리 소묘 금창리 소묘 신항섭 겨울 어스름 이국풍 하얀 집 뒤꼍 고목에 걸린 헤진 산 그림자 끌고, 목쉬어 마을을 가로지르는 석탄열차 애절한 기적에 찻잔 속 산국화 꽃잎이 바르르 떤다 <강원도 원주 신림에 있는 카페 "산. 들. 잎" 창에서 바라본 풍경> 서정적인 운문 2008.10.02
서정적인 운문 (31) - '투명사고'에서 ‘투명사고’에서 신항섭 이승을 절연하듯 애절히 피어오르는 香煙향연 깊고 어두운 회랑 저편에서 끊일 듯 이어지는 唐樂당악 그 심연에 갇혀 잠시 붉은 꽃으로 타오르다 ‘투명사고’는 검은색 일색의 인테리어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상해의 신천지에 소재한 레스토랑으로서, 현대적인.. 서정적인 운문 2008.06.11
서정적인 운문 (30) - 찔레꽃 찔레꽃 신항섭 겨우내 삭풍에 떨다 얼음 박힌 실뿌리 끊어내고 촘촘히 엮은 가시줄기로 살별 잔 조각 받아 챙겨 그대 오시는 동구 밖 솟대 끝에 걸리오리다 서정적인 운문 2008.05.21
서정적인 운문 (29) - 오동꽃 피고 지고 오동 꽃 피고 지고 신항섭 초파일 지척에 둔 어느 밤 장삼 접어두고 홀연히 서녘으로 나선 노스님 서슬 푸른 그림자 거두어들여 초롱같은 보랏빛 등 걸고 서너 날 허기진 風磬풍경 따라 빈 몸으로 흔들리다 서정적인 운문 2008.04.21
서정적인 운문 (28) - 산 벚꽃 산 벚꽃 신항섭 치밀해져 가는 연두 빛 산그늘 발아래 깔고 절정으로 치닫는 봄 곳곳마다 산허리 두르며 진치는 하얀 깃발부대 벌써 수일 째 이윽고 봇물처럼 터지듯 지체할 수 없는 관능의 오르가즘 그 농염한 향에 취해 일제히 풍악 울리며 정상으로 돌진하는 눈부신 사월의 장관 눈처럼 부서지는 .. 서정적인 운문 2008.04.06
서정적인 운문 (26) - 입적 입적 入寂 신항섭 쨍한 겨울 저녁나절 맑게 닦인 창유리 세로로 자르는 한줄기 飛行雲비행운 좇아 석양으로 기울었다는 기별 서정적인 운문 200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