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꿈 (50) - 물기둥 물기둥 水柱 아주 깊고 넓은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는 너무 넓어서 바다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호수에는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무기는 용이 되려고 하는 오래 묵은 뱀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가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가 보는 일.. 우화집 2007.08.23
나비 꿈 (49) - 비 비 雨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열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소년 거지 혼자서 숲길을 가고 있었다. 손에는 방금 전에 길옆에서 꺾은 빨간색의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소년 거지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소년 거지는 들꽃을 가슴에 안은 채 아주 빠른 걸음으로 숲길을 가고 .. 우화집 2007.08.20
나비 꿈 (48) - 안개 안개 霧 첫새벽이었다. 숲 속 옹달샘 곁에서 아주 말간 웃음소리가 들렸다. 산너머에 사는 햇님이 아직 일어나기도 전이었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샘물을 길러 나온 숲 속 요정들이 저마다 지난 밤 소식을 풀어놓는 중이었다. 한 요정이 갓 결혼한 이웃집 친구의 흉을 잡고 있었다. 듣자하니, 데릴사위.. 우화집 2007.08.18
나비 꿈 (47) - 온천 온천 溫泉 옥황상제는 천상에 살면서도 항상 살아 있는 생물들로 가득한 지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부러워했다. 그렇다고 해서 옥황상제가 지상으로 내려가서 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는 문득 지상에 내려갈 수 있는 구실을 만들었다. 지상의 물이 천상보다 좋다는 사실을 핑계 삼.. 우화집 2007.08.14
나비 꿈 (46) - 화산 화산 火山 아주 오랜 옛날이었다. 불을 먹고사는 이상한 동물이 있었다. 불을 먹고살기 때문인지 몸은 불덩이로 이루어졌다. 그 이상한 동물은 몸집이 무지무지하게 컸다. 너무 커서 그 이상한 동물의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말하자면 발가락 하나가 높고 기다란 산맥 하나와 같은 .. 우화집 2007.08.13
나비 꿈 (45) - 빙산 빙산 氷山 아주 먼 남쪽 따뜻한 나라에서 사는 요술쟁이 원숭이가 구름을 타고 추운 북쪽 얼음 나라로 여행을 갔다. 얼음 나라에 도착한 요술쟁이 원숭이는 그저 눈과 얼음뿐인 세상을 보면서 몹시 놀랐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구름을 타고 쉽게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우화집 2007.08.11
나비 꿈 (44) - 오로라 오로라 極光 따뜻한 나라에 사는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먼 북쪽에 있는 얼음 나라로 여행을 왔다. 신선들은 온갖 요술을 부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천지가 온통 하얀 눈과 얼음뿐인 색다른 풍경을 보고는 신선들도 그저 입을 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제까지 상상도 해 본 일이 없는 세상.. 우화집 2007.08.08
나비 꿈 (43) - 신기루 신기루 蜃氣樓 한 무리의 낙타대상이 사막을 가로질러 먼 서역으로 물건을 팔러가고 있었다. 햇살이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지는 사막은 그야말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죽음의 땅이었다. 가도 가도 자갈밭과 모래 언덕 뿐인 사막여행은 언제나 목숨을 건 일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무더웠다. 낙.. 우화집 2007.08.07
나비 꿈 (42) - 미풍 미풍 微風 비파를 잘 치는 처녀가 있었다. 그 처녀는 어렸을 때부터 비파를 배웠는데 워낙 타고난 재능과 노력 덕분에 스무 살 남짓에 이미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해졌다. 처녀가 비파를 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처녀가 만들어내는 음악소리는 사람뿐만 .. 우화집 2007.08.05
나비 꿈 (43) - 회오리바람 회오리바람 旋風 수 백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온 어느 평화로운 농촌마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한 무리의 요괴들이 마을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요괴들이 마을에 들어온 이후 마을사람들은 마음 편히 지내는 날이 없었다. 요괴들은 마을사람들 일이라면 만사 제.. 우화집 200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