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19) - 일식

펜보이 2007. 6. 29. 16:53
 

  일식 日蝕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두 명의 꼬마아이는 해가 중천에 뜬 한낮, 마당에서 땅따먹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제법 학교에 다니는 형들만큼 큰가 하면, 한 아이는 또래보다도 한참 작았다. 힘으로 하는 일이라면 큰 아이가 잘하겠지만 땅따먹기놀이는 반드시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었다. 땅따먹기는 납작한 돌을 손가락으로 퉁겨서 멀리 나가는 만큼 점을 찍어 놓고 그 점으로부터 거꾸로 자기 집안으로 퉁겨 넣은 뒤 줄을 그어 땅을 넓혀나가는 놀이였다.

  작은아이는 비록 키는 작고 힘은 약했으나 의외로 손이 커서 손가락 힘이 셌다. 그러기에 땅따먹기놀이 만큼은 작은아이가 번번이 이기곤 했다. 큰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작은아이에게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짜냈다.

  작은아이가 납작한 돌을 중지를 이용해 힘껏 퉁겨놓았을 때 작은아이에게 하늘에 백조가 날아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이에 납작한 돌을 슬며시 집 쪽으로 조금 옮겨놓았다. 그렇게 되면 땅 넓이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작은아이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렇게 몇 차례 속임수를 쓴 덕분에 마침내 큰 아이가 이길 수 있었다. 큰 아이는 속였다는 부끄러움보다는 이겼다는 사실이 즐거워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때 정말 하늘에 난데없이 한 떼의 백조가 줄지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큰아이는 자신의 거짓말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신기해하면서 백조 떼를 올려다보았다. 백조 떼가 때마침 큰아이의 머리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큰아이의 눈에 무엇인가 떨어졌다. 그것은 백조의 배설물이었다. 큰아이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캄캄해지는 것이었다. 큰아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덜컥 겁이나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이 백조 배설물을 씻어내자 캄캄하던 세상이 서서히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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