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꿈 (4) - 어둠 어둠 暗 머리와 수염이 온통 하얀 산신령이 천년 묵은 나무 그늘 아래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산신령은 옷마저 하얀 색이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눈사람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산신령은 하얀 종이를 펴놓고 멋진 수염처럼 큰 붓으로 먹물을 듬뿍 찍어 글씨를 쓰고 있었다. 산신령이 쓰는 글씨는 ..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3) - 빛 빛 光 한 남자아이가 자기 조막만한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굴리는가 하면 손에 들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조약돌은 아주 동그란 모양이었다. 모난 데도 없고 패인 데도 없었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명주실 같은 금이 나 ..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2) - 소리 소리 音 히로사와平澤라는 왕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골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왕대나무가 얼마나 크고 많은지 어떤 곳은 대나무 숲에 마차가 다닐 만큼 널따란 굴이 뚫려 있을 정도였다. 이 왕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대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 우화집 2007.06.25
나비 꿈 (1) - 우주 하늘 宇宙 아주 먼 옛날에 한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은 자신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노인은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한 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노인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요하고 또 고요함이 있을 뿐이었다. 노인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우화집 2007.06.25
오디오 이야기 (7) - 오디오는 생물이다 오디오는 생물이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오래 전 신문에서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여의도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가 온실에서 가꾸는 화초를 대상으로 클래식음악과 록음악이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했다고 한다. 같은 조건의 온실 두 개에다 같은 종류의 화초들을 놓고 한 쪽.. 오디오 이야기 2007.06.25
오디오 이야기 (6) - 오디오는 왜 하는가? 오디오는 왜 하는가? 신항섭(미술평론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의 하나는 조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다. 물론 일부 동물에서도 집단적인 조직력을 엿볼 수 있다. 가령 전남 천고암천에서 겨울을 나는 수십만 마리 가창오리떼가 일사불란하게 비상하는 광경을 보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흉.. 오디오 이야기 2007.06.25
오디오 이야기 (5) - 원음 재현은 가능한가? 원음의 재현은 가능한 목표인가? 신항섭(미술평론가) 인간의 삶 속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인간 삶 전체를 100퍼센트로 했을 때 소리에 대한 비중은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해 인간의 신체적인 감각기관 가운데서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귀가 차지하는 영역은 어느 정도일까. 외적인 요인.. 오디오 이야기 2007.06.25
오디오 이야기 (4) -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음악적인 열락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음악적인 열락 신항섭(미술평론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생 성장 죽음 분해 소멸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는 유기적인 생명체를 가진 모든 존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자연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은 이렇듯이 생성과 소멸의 법칙에 .. 오디오 이야기 2007.06.25
오디오 이야기 (3) - 오디오라는 이름의 악기 오디오라는 이름의 악기 신항섭(미술평론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창조적인 두뇌와 그를 뒷받침하는 자유로운 손의 기능을 소유함으로써 동물의 세계와 다른 문명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불행하게도 그 능력에 비례하듯 무한정한 물질적인 소유욕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 오디오 이야기 2007.06.25
오디오 이야기(2) - 충직한 하인으로서의 오디오 충직한 하인으로서의 오디오 신항섭(미술평론가) 이 세상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인간에게 이보다 더 나은 곳이 따로 있을 수 있을까. 시선을 현혹하는 화려한 색채로 치장한 온갖 모양의 꽃들과 꿈결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나비들, 황홀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들, 그리고 하늘과 산과 강이 어우.. 오디오 이야기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