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20) - 월식

펜보이 2007. 7. 1. 09:22
 


  월식 月蝕

 

  아주 깊은 숲에서 꼬마도깨비들이 한창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얼굴에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꼬마도깨비들의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러웠다. 그 때 마침 밤늦게 산 고개를 넘던 마음씨 착한 마을 이장아저씨가 이 광경을 몰래 훔쳐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장 아저씨는 꼬마도깨비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꼬마도깨비들은 이장아저씨에게 요술을 걸어 잠들게 만든 뒤, 숲 공터까지 끌고 와서는 큰 나무 밑둥치에 꼼짝 못하게 묶어놓았다. 그러고 나서 요술을 풀었다.

  이장아저씨는 말로만 듣던 도깨비들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다. 그러나 이장아저씨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무서움을 참았다. 꼬마도깨비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춤에만 열중이었다.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로는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지나가는 중이었다. 이장아저씨는 보름달을 본 순간 한 가지 꾀를 생각해내었다. 도깨비들에게 잡혔을 경우 내기해서 이기면 풀려날 수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장아저씨는 꼬마도깨비들을 불러 내기하자고 말했다.

  꼬마도깨비들은 춤을 멈추고 재미있다는 듯이 이장아저씨를 에워쌌다. 이장아저씨는 자신이 문제를 내서 만일 이기면 자신을 풀어주고, 지면 아침까지 묶여 있어도 좋다고 했다. 꼬마도깨비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라 했다. 이장아저씨는 하늘을 가리키며 ‘저 보름달을 없애는 내기가 어떠냐’고 했다. 꼬마도깨비들은 찬성했다. 꼬마도깨비들은 그런 내기쯤이야 쉽다고 생각했다. 꼬마도깨비들은 요술이라면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장아저씨는 먼저 꼬마도깨비들에게 ‘열까지 셀 동안 달을 없애보라’고 했다. 꼬마도깨비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열을 세면서 ‘달아 사라져라’고 힘껏 외쳤다. 하지만 달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두둥실거릴 뿐이었다. 꼬마도깨비들은 요술이 걸리지 않자 금세 풀이 죽었다.

  이번에는 이장아저씨 차례였다. 이장아저씨는 도깨비들이 ‘하나, 둘’ 세기 시작하자 자신에 넘치는 목소리로 ‘달아 사라져라’고 외쳤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하늘에 뜬 달은 정말로 한쪽부터 서서히 가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 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꼬마도깨비들은 기겁을 해서 이장아저씨를 풀어주고는 숲 속 깊이깊이 줄행랑을 쳤다. 이 광경을 지구 그림자 뒤쪽에서 숨어보고 있던 달님이 잠시 후 두둥실 얼굴을 드러내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씨 착한 이장아저씨 밤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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