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6) - 달

펜보이 2007. 6. 25. 12:00
 

  달 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은 밤이었다.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하나 둘 강가로 모여들었다. 강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너무 고요해서 강물의 흐름이 멈춘 것이 아닐까 의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일까. 강물은 몹시 무겁고 침울해 보였다.

  강물 탓인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다. 서로 아는 체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이들도 없었다. 모두들 무겁게 흐르는 강물처럼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강가로 모여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서른 명쯤 돼 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저마다 강물을 뚫어져라 쳐다만 볼뿐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눈물은 볼을 타고 내려 강물에 떨어졌다. 고요하게 흐르던 강물은 때 아닌 눈물방울에 화들짝 놀라 물결을 일구었다. 물결은 물이랑을 만들고 너울거리며 건너편 강가에까지 닿았다.

  그 때 강 자락에 가지 하나를 담그고 있던 꽃나무가 놀라 그만 하얀 꽃잎 하나를 떨어뜨렸다. 하얀 꽃잎은 무겁게 흐르는 물살을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하얀 꽃잎이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 앞에 이르자 하늘을 가리고 있던 검은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맑게 비어져 나오는 아기 치아 같은 하얀빛 한 조각이 꽃잎 위에 떨어졌다.

  꼭 한 달 전에 강물에 몸을 던진 한 여인의 혼백이었다. 하얀 꽃잎은 쪽배가 되어 검은 양복을 입은 서른 명쯤 돼 보이는 남자들의 눈물이 일구는 물결에 밀려 여인의 혼백을 거두어 싣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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