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7) - 별

펜보이 2007. 6. 25. 12:01
 

  

  별 星

 

  아주 깊고 깊은 산골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농사꾼이었는데 먹을 것이라고는 몇 가지 채소와 감자 그리고 옥수수가 전부였다. 그리고 가진 것이라고는 부모님이 애써 일구어 놓은 밭 몇 뙈기가 전부였다. 그 밭에서 나오는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채소로는 두 부부가 굶지 않고 근근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젊은 부부는 가진 것이 적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젊은 부부는 장차 태어날 아기를 위해 열심히 새로운 땅을 일구었다. 식구가 늘어나면 양식이 그만큼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산골에서 태어난 젊은 부부는 어릴 적부터 채소와 감자 옥수수만으로 살아왔다. 고기라고는 먹어본 일이 없었다.

  산골에는 새들과 조그만 동물들과 큰 짐승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잡아먹는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다. 새들과 조그만 동물들과 큰 짐승들은 산골의 젊은 부부에게는 언제나 반가운 이웃일 뿐이었다. 그래서 겨울철마다 눈이 쌓이면 가을 동안 산에서 채취한 밤이며 도토리 상수리 따위를 풀어 굶주리는 산새들과 산짐승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고는 했다.

  젊은 부부는 결혼한 이후 밤마다 집 뒤뜰에서 하얀 사발에 물을 떠다놓고 건강한 아이 하나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런 정성이 효험이 있었던지 얼마 후 젊은 부부에게는 수정처럼 맑은 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눈이 유난히 맑은 것은 아마도 젊은 부부가 고기를 먹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 아이가 태어난 날 하얀색 일색인 감자 꽃밭 한 가운데 이전에는 본 일이 없는 아주 색깔이 맑고 예쁜 파란색 감자 꽃 하나가 피어있었다. 

  

'우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꿈 (9) - 바람  (0) 2007.06.26
나비 꿈 ( 8) - 은하수  (0) 2007.06.25
나비 꿈 (6) - 달  (0) 2007.06.25
나비 꿈 (5) - 해  (0) 2007.06.25
나비 꿈 (4) - 어둠  (0)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