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10) - 구름

펜보이 2007. 6. 26. 11:24
 

 구름 云

 

  옛날에 한 어진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백성들이 평화로운 가운데 배고프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도록 나라를 다스렸다. 임금은 언제나 검소하게 살았다.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반찬 가지 수를 줄였고 병든 백성을 보면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했다. 뿐만 아니라 백성을 동원하는 큰 공사도 하지 않았다. 궁궐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깨끗이 닦고 고쳐 썼다. 따라서 백성들은 그처럼 어진 임금 밑에서 사는 것이 행복했고 자랑스러워 누구나 임금을 칭송하였다.

  어느 날 임금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려고 궁궐을 나섰다. 행차를 나설 때도 가능하면 신하들의 숫자를 줄여 단출하게 만들었다. 그래야만 백성들이 임금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산지대에 있는 어느 농촌에 이르렀을 때 한 노인이 임금을 찾아왔다. 노인은 대대손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곡식과 채소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사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임금에게 청했다. 노인은 아주 좋은 목화밭을 일구어 누구나 따뜻한 솜옷을 지어 입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금은 신하에게 목화씨 한 말을 노인에게 보내라고 일렀다.

  다음 해 가을이었다. 노인은 임금이 보내준 목화씨를 받아 열심히 땀 흘려 가꾸었다. 여느 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목화밭을 가꾸었다. 가을이 되자 탐스럽게 자란 목화열매에서 일제히 터져 나온 솜이 하늘에 맞닿은 고산지대의 농촌마을을 온통 하얀색 일색으로 수놓았다.

  노인은 수확을 하고 나서 창고가 넘쳐나자 그 중 몇 자루를 바람에 풀어놓았다. 바람은 신이 나서 이웃마을과 그 너머 이웃마을로 하얀 목화솜을 실어 날랐다. 하얀 목화솜은 삽시간에 온 하늘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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