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風
한낮의 사막에는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뱀이며 전갈이며 도마뱀 따위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막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는 그대로 죽음의 땅일 뿐이다.
어느 날 한낮이었다. 햇빛이 쨍쨍 비치는 사막에 낯선 손님이 나타났다. 사막 근처에서 사는 들쥐 한 마리가 사막에 들어온 것이었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들쥐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래서 땡볕이 내리 쬐는 데도 아랑곳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사막에 들어서면 물 한 모금 얻을 수 없어 곧 죽음이 들이닥치리라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몰랐다. 그렇게 한 낮을 돌아다니던 들쥐는 몹시 지치고 목이 말랐다. 혀가 타들어가는 듯했다. 그래도 무섭지 않았다. 들쥐는 이처럼 새로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마냥 신기해 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사막은 낯선 생명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쥐는 털이 모두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지치고 목이 말랐지만 갈증을 채울 물이 있을 리 없었다. 들쥐는 마침내 지쳐 쓰러졌다. 땡볕을 피할 곳도 없었다. 그저 발등이 데일 것만 같은 뜨거운 모래뿐이었다.
이윽고 밤이 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언제 땀을 흘렸느냐는 듯이 차가운 밤공기가 엄습해왔다. 차가운 밤공기는 지치고 허기진 들쥐를 사정없이 조여들었다. 들쥐는 배고픔과 추위에 떨면서도 반듯하게 누워 하늘을 보았다. 아기 조막만한 별들이 바로 이마 위에서 손에 닿을 듯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들쥐는 하늘에 그처럼 맑고 아름다운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춥고 배고픈 들쥐는 별빛을 삼키면서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들쥐는 더 이상 별빛을 삼킬 수도 없게 되었다. 몸은 금세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땡볕에 달구어진 모래언덕이 무너지면서 차갑게 식은 들쥐의 몸을 따뜻이 덮어주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뒤쪽에서 모래언덕을 힘껏 밀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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