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시 (41) - 배가 왔다 배가 왔다 전동균 비 그친 11월 저녁 살아 있는 것들의 뼈가 다 만져질 듯한 어스름 고요 속으로 배가 왔다 수많은 길들이 흩어져 사라지는 내 속의 빈 들판과 그 들판 끝에 홀로 서 있는 등 굽은 큰 나무와 낡은 신발을 끌며 떠오르는 별빛의 전언(傳言)을 싣고 배는, 이 세상에 처음 온 듯이 소리도 없.. 명시감상 2007.10.03
미술시평 (24) - 특색 있는 미술관을 기대하며 특색 있는 미술관을 기대하며 신항섭(미술평론가) 미술관은 미술품의 무덤이라고 말한다. 이는 죽은 자들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는 데 대해 비꼬는 투의 표현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당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이 생겨나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술관이라고 하면 세상.. 미술시평 2007.10.02
서정적인 운문 (12) - 겨울 숲 우화 겨울 숲 우화 신항섭 이건 비밀인데요 이 숲에선 글쎄 이웃한 나무들끼리 여름내 부벼댔다구요 소낙비 벼락치는 밤에는 가지가 벗겨지도록 부벼댔다구요 그런데 지금은 시치미 딱 떼고 모른척해요 발가벗었으니 부끄러울 테지요 어쩌다 쉬어 가는 산새라도 와서 빈가지 흔들어주어야 .. 서정적인 운문 2007.09.30
명작의 길 (13) - 서세옥 산정 서세옥의 작품세계 현대적인 수묵화의 거미줄 신항섭(미술평론가) 세계는 지금 문화적인 유사성이나 지리적인 여건 또는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로 블록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를 기조로 하는 무역자유화라는 무한경쟁체제가 만들어내는 산물이다. 다시 말해 거대금융자본에 흡수 통합되지 않.. 명작의 길 2007.09.28
명시감상 (40) - 어느 밤의 누이 어느 밤의 누이 이수익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하게 잠들어 있다. 밤 깊은 귀가길, 어둠 속에 전철은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 해쓱하게 야윈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 위로 슬픈 제 체중을 맡긴 채 넋을 잃.. 명시감상 2007.09.27
명작의 길 (12) - 정우범 정우범의 수채화 아름다운 색채언어로 노래하는 서정시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을 배우는 데는 길이 있지만 독창적인 세계를 만드는 일에는 길이 없다. 다시 말해 창조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일은 누가 일러주어 될 일이 아니라 결국 혼자만의 문제라는 뜻이다. 어쩌면 배운 사실을 잊어버리는 .. 명작의 길 2007.09.24
서정적인 운문 (11) - 길이 가고 있다 길이 가고 있다 신항섭 길이 가고 있다 낮술에 취해 흔들리며 구부정하니 가고 있다 한 뼘쯤 됨직한 밭뙈기 논배미 허리춤에 차고 가고 있다 나지막한 둔덕이며 야트막한 골짜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고 있다 엿처럼 늘어져 누운 놀 등지고 힘없이 길이 가고 있다 기우뚱이는 낮 달을 .. 서정적인 운문 2007.09.18
미술관련 논문 (6) - '러시아현대회화전'에 대한 에세이 ‘러시아 현대회화전’에 대한 에세이 보다 러시아적인 회화를 위한 정염의 詩 신항섭(미술평론가) 러시아의 미래는 없는가. 사회주의 체제를 청산하고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 자본주의 정책을 추구해온 러시아가 불과 10년여만에 실패를 선언하고 말았다. 불과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께.. 미술관련 논문 2007.09.18
서정적인 운문 (10) - 겨울 숲에서 겨울 숲에서 신항섭 퍼부어도 퍼부어도 끝내 허기질 뿐인 허망한 무게로 눈이 내린다 그리고, 눈조차 버거운 나뭇가지에 심란한 하늘이 얹힌다 그 무게로 기우는 세상 이런 날이면 세상사 분별심 지우는 눈발을 징검다리 삼아 저 숲 너머 산비탈에 꿈처럼 빗겨선 너에게 닿고 싶다 그런들, 힘껏 흔들.. 서정적인 운문 2007.09.17
미술관련 논문 (5) - 문인화의 현대적 해석과 발전방향 문인화의 현대적 해석과 발전 방향 신항섭(미술평론가) 하나, 한국문인화의 현주소 서구미술이 도입된 이후 전통미술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오늘의 미술현장에서 전통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그 만큼 전.. 미술관련 논문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