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가고 있다
신항섭
길이 가고 있다
낮술에 취해 흔들리며
구부정하니 가고 있다
한 뼘쯤 됨직한
밭뙈기 논배미
허리춤에 차고
가고 있다
나지막한 둔덕이며
야트막한 골짜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고 있다
엿처럼 늘어져 누운 놀
등지고 힘없이
길이 가고 있다
기우뚱이는 낮 달을 따라
서러운 단조에 끌려
가고 있다
아무리 제 설움에 가는
길이라지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가고 있다
해 넘어가는 고갯마루
끝 소실점으로
가고 있다 가고 있다
이윽고
시야를 벗어난 길이
하늘하늘
날아오르고 있다
'서정적인 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적인 운문 (13) - 꽃의 희롱 (0) | 2007.10.06 |
---|---|
서정적인 운문 (12) - 겨울 숲 우화 (0) | 2007.09.30 |
서정적인 운문 (10) - 겨울 숲에서 (0) | 2007.09.17 |
서정적인 운문 (9) - 가을비 (0) | 2007.09.14 |
서정적인 운문 (8) - 그대의 강 (0) | 2007.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