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길 (7) - 임종두 임종두의 작품 원색을 통해 발현되는 한국적인 미감 신항섭(미술평론가) 요즈음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원색적인 그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컬러시대’라는 말로 요약되는 현대인의 미적 감각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감각을 떠나서라도 강렬한 원색적인 색채가 한.. 명작의 길 2007.08.27
서정적인 운문 (3) - 겨울나무 겨울나무 신항섭 지금은 자정 온 세상이 얼어붙은 깊은 잠 더 이를 데 없는 잠수 지열을 찾아 쭉쭉 내뻗는 탄맥 꿈일법한, 그 힘찬 노동으로 너를 깨운다 너는 단지 네 의식의 체적만큼만 밝히는 야광충 그 차가운 빛을 끄고, 여전히 내 가슴에 서식하는 첫사랑의 미열 그 온기로 너를 덥.. 서정적인 운문 2007.08.27
나를 울린 시 (36) - 혼자서 붐비다 혼자서 붐비다 정진규 꽃으로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한시절 지낼만 했는데 나의 여름은 언제나 불행하였다 가을까지 가는 동안 그동안이 늘 숨이 찼다 나의 들숨과 날숨은 언제나 고갯턱에 머물렀다 혼자서는 안돼, 안돼 타일렀으나 비워둔 틈 하나 없었다 혼자서 붐볐다 단물이 고일 틈이 없었다 풋.. 명시감상 2007.08.26
서정적인 운문 (2) - 개화 개화 신항섭 한 천년 그보다 더 오래 검은 진주 가득 찬 꽃배가 침몰했다더니 오늘, 온 세상 어둠이 집결하는 천길 심연에서 무수히 쏘아 올리는 난쟁이 병정들의 불화살 비등하는 신열 그 열꽃에 떠밀려 내쳐 솟구치는 폭죽소리 꽃 벙그는 소리 서정적인 운문 2007.08.25
미술시평 (19) - 현대미술의 현재 시각 현대미술의 현재 시각 새 천년이 불과 반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한 세기가 바뀌는 것도 큰 일이지만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것은 더욱 큰 일이다. 어쩌면 일 천년만에 오는 새 천년을 직접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행운이라면 행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 미술시평 2007.08.25
찻자리 (5) - 신현철의 찻사발 '노경' 신현철 작 "노경" 讚.‘老境’ 藝術性을 벗어난 神物 신항섭 (미술평론가) 도자기는 과연 ‘神(신)의 靈物(영물)’인가.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만드는 것은 도공인데 ‘신의 영물’이라니 어찌된 일인가. 그렇다.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드는 것은 분명히 도공이지만 그 최종적인 그릇의 상태를 결정짓는 .. 찻자리 2007.08.24
찻자리 (4) - 신현철 다구전 차주전자 신현철 다구전에 신항섭(미술평론가)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정신적인 가치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으로서의 참모습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자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이다. 인.. 찻자리 2007.08.23
서정적인 운문 (1) - 낙화 낙화 신항섭 누적된 슬픔이 제풀에 허물어지고 있다 지켜보는 이 없다는 외로움의 가중치 천근 무게보다 더 큰 상심 강물이라도 타고 한 천년 세월 떠돌다가 불현듯, 첫사랑보다 뜨거운 석양에 데어 네 손톱 끝 상처로 남고 싶다 서정적인 운문 2007.08.23
나비 꿈 (50) - 물기둥 물기둥 水柱 아주 깊고 넓은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는 너무 넓어서 바다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호수에는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무기는 용이 되려고 하는 오래 묵은 뱀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가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가 보는 일.. 우화집 2007.08.23
나를 울린 시 (35) - 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 누군지 모를 너를 위하여 최승자 내가 깊이 깊이 잠들었을 때, 나의 문을 가만히 두드려 주렴. 내가 꿈속에서 돌아누울 때, 내 가슴을 말없이 쓰다듬어 주렴. 그리고서 발가락부터 하나씩 나의 잠든 세포들을 깨워 주렴. 그러면 나 일어나 네게 가르쳐 줄게. 어째서 사교의 절차에선 허무의 냄새가 나는.. 명시감상 2007.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