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 우화
신항섭
이건 비밀인데요
이 숲에선 글쎄
이웃한 나무들끼리 여름내
부벼댔다구요
소낙비 벼락치는 밤에는
가지가 벗겨지도록 부벼댔다구요
그런데 지금은
시치미 딱 떼고 모른척해요
발가벗었으니
부끄러울 테지요
어쩌다 쉬어 가는 산새라도 와서
빈가지 흔들어주어야 간신히
한두 마디 아는 체 하지요
하지만 속으로야,
여름날의 격정을 어찌
재울 수 있겠어요
혹시 누가 알아요
눈 이불 뒤집어쓴 채 지금
뿌리끼리 엉키고 있을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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