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이야기 (7) - 오디오는 생물이다

펜보이 2007. 6. 25. 11:47

오디오는 생물이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오래 전 신문에서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여의도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가 온실에서 가꾸는 화초를 대상으로 클래식음악과 록음악이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했다고 한다. 같은 조건의 온실 두 개에다 같은 종류의 화초들을 놓고 한 쪽에는 클래식음악을, 다른 한 쪽에는 록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난 뒤 화초들의 생장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너무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클래식음악을 틀어준 온실의 화초들은 성장속도는 물론이요, 윤택한 빛깔과 탄력적인 잎 등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상태가 나아지는 변화가 일어났다. 반면에 록음악을 틀어준 온실의 화초들은 성장속도가 늦어지고 있을뿐더러 잎의 빛깔이나 탄력이 이전의 상태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록음악을 틀어주는 온실의 화초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더딘가 하면, 잎이 마르는 등 아예 병이 든 증세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화초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환경조건 변화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화초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지 인간과 다름없는 생물이다. 다시 말해 식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자라며 그리고 언젠가는 주어진 수명을 마치게 되는 생명체이다. 모든 생명체는 주변에서 주어지는 생장조건에 반응하고 적응하게 마련이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해 강제되는 인위적인 조건에도 반응한다. 그것은 일종의 생명순환의 법칙을 따르는 종족번식 본능의 한 징후일 수 있다. 즉,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인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화초를 포함한 모든 식물은 태양과 수분과 공기를 비롯하여 성장하는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고루 갖추어줌으로써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농업은 물론 축산업에도 음악효과를 도입하여 생산량 및 성장속도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음악효과가 동식물의 생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단순히 가설이 아닌, 농업 및 축산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클래식음악과 록음악의 장단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디오를 통해 재생되는 음악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음악은 단적으로 말해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위와 비슷한 경우인데 음악이 인간의 생체리듬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일부 병원에서는 음악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음악은 인간의 정서적인 삶을 풍요롭게 함과 동시에 정신 및 육체의 건강에도 이로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음악은 이미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오락으로서의 효용가치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생물체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을 재생하는 오디오는 윤택한 인간 삶을 위한 외적인 환경조건의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기는 행위는 인간의 삶의 환경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정서적인 안정을 모색해나가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행위는 정신 및 육체의 안정과 평온 그리고 건강을 가져다주기에 그렇다.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것은 소리의 질적인 향상, 즉 아름다운 음악을 좀더 아름답게 들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부수적으로 정신 및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바꾸어 말해 아름다운 음악을 좀더 아름답게 듣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오디오 취미생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밖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이득을 준다는 데서 오디오는 이미 취미차원을 넘어서는 세계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오디오는 개인적인 취미의 범위에 갇히지 않는, 인간의 삶을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필수적인 범용의 가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오디오는 인간의 미적 감성을 자극하여 고상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은 음악이지만 그 음악을 재생하는 것은 오디오이다. 그러므로 오디오는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즉 악기를 연주하여 음악을 들려주는 인간의 행위를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오디오는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물체와의 교감이 가능한 존재인지 모른다. 오디오는 유기물로 이루어진 생물체와 달리 무기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른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을 매개로 하여 유기체의 생체리듬에 변화를 주는 오디오는 태생적으로 유기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오디오가 단순히 전기를 먹고 음악을 쏟아내는 피동적인 존재로서의 차가운 전자기계장치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디오를 하다보면 오디오 기기는 그 어떤 기계보다도 사용자의 조작방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디오를 다루는 방법에 따라 그 기기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의 품질은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오디오를 하는 과정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메니어들은 마치 연인과 사랑을 하듯이 부드럽고 정성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터득하게 된다. 일반적인 가전제품처럼 무심하게 다루어서는 자신이 기대하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오디오가 차가운 금속물질로 이루어진 전자기계장치이기 전에 인간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유기체로서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물론 전기라는 에너지로 작동되는 오디오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활동에 따른 자발적인 움직임과는 엄연히 다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기체이면서 자발적인 생명력이라는 동력을 생산해낸다. 하기야 생명체에도 자발적인 생명력을 지속시키기 위한 외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간의 경우 생명력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동력을 얻는다. 음식물이라는 에너지원을 열량으로 바꿈으로써 생명활동에 필요한 자발적인 동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디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오디오 기기는 동작을 필요로 할 때마다 사용자에 의해 전기라는 에너지가 주어져야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이 오디오를 작동시키는 전기에너지는 피동적인 동력이다. 오디오 스스로가 필요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고 공급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전기라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면 생명체와 같은 동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오디오는 생명체처럼 자발적인 동력시스템은 물론이요, 주어진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자기변화시스템이 없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진단하고 극복해나갈 수 없다. 인간처럼 자가진단을 통해 주어진 조건을 개선해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처음에 만들어진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작동에 필요한 유일한 외적인 에너지원인 전기의 품질이 일정치 않은 데다가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외적 조건에 의해 전기의 품질이 변질됨으로써 재생되는 음악 또한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과학의 산물인 전기동력이 본질적으로 완전한 에너지가 아님을 말해준다. 생산단계에서도 에너지로서의 균일한 값을 가질 수 없을뿐더러, 생산지에서 사용처로 이동시키는데 따른 갖가지 설비조건에 의해서도 그 값은 변하기 마련이다.

오디오 기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이와 같은 전기동력을 제어하는 일이 가장 힘든 과제이다. 전기 에너지에 불순물, 즉 외부의 노이즈가 유입되면 오디오 재생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전기는 아름다운 재생음을 들려준다. 그러기에 순도 높은 에너지, 즉 균일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면 오디오의 음질은 급격히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 설계 및 생산기술은 반도체 및 각종 소자 그리고 전선 따위에 대한 연구에서는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안정된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안정된 전기 에너지의 생산 및 전송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오디오 메이커의 음질향상을 위한 노력은 크게 진전될 것 같지 않다.

아름다운 음악을 실제의 연주처럼 재생해야 한다는 목표는 오디오 엔지니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디오 기기로 음악을 재생하는 메니어에게도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이다.  왜냐하면 오디오는 앞에서 말했듯이 마치 생명체와 같은 유기체적인 속성이 있어 기기를 다루는 솜씨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기체적인 속성이란 어떤 외적 조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태도라고 했을 때, 이와 유사한 반응을 나타내는 오디오는 아주 많은 가능성의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오디오는 사용자, 즉 메니어의 기술적인 지식은 물론 음악적인 이해도 그리고 미적 감수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음질을 들려준다. 또한 메니어들의 취향에 의해서도 서로 다른 음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음질의 차이는 오디오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 및 습관이나 각종 액세서리 선택과도 연관성이 있다. 특히 액세서리는 메니어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어서 음질의 차이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디오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액세서리만 하더라도 파워케이블을 시작으로 인터컨넥터와 스피커 케이블, 앰프 및 스피커용 진동방지 인슐레이터, 시디용 사운드 크리너 및 레이저빔 크리너, 엘피용 스태빌라이저 및 브러시, 스피커용 스탠드 외부 전원 노이즈를 차단하는 차폐트랜스, 안정된 전압을 보장하기 위한 제너레이터 따위가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액세서리가 개발되어 좀더 나은 음질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이들 액세서리는 오디오의 보조장치 또는 주변장치인데 그 효과는 만만치 않다. 그 재질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음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까닭이다. 파워케이블이나 인터케이블 그리고 스피커케이블이 음악 전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실증한 후 실용화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부터 선재뿐만 아니라 각종 주변장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상품화되어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이다. 메니어들 사이에서도 액세서리의 효능이 인정되면서 이제는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같이 주변장치 또는 보조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메니어는 필경 오디오 기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오디오 메니어의 몫이 된 것이다. 각종 액세서리는 오디오를 보다 더 재미있는 취미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액세서리가 오디오 기기 값에 필적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거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음질변화를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더구나 액세서리는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현격하므로 자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이 액세서리를 포함하여 주변장치를 이용하여 그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일련의 행위야말로 오디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오디오에 대한 애정이 없고서는 안 될 일이다. 바꾸어 말해 정성을 쏟으면 쏟을수록 보다 활성화되는 동식물의 생명활동과 마찬가지로 오디오에게도 생물과 유사한 기능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듯 오디오에서는 그와 같은 효과가 거짓없이 드러난다. 생장에 필요한 환경조건의 개선에 정확히 응답하는 생물과 같은 그런 존재임을 스스로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오디오는 생물체와 같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돌보아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오디오라고 할지라도 사용하지 않고 거칠게 다루거나 방치해 두면 기능이 저하되고 만다. 물론 오디오는 생명이 멈추면 금세 부패하고 마는 생물과 달리 좀처럼 변하지 않는 공업 생산물질로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 수명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모든 공업생산품은 사용기간에 따른 부품 열화 및 경년변화를 피할 수 없기에 그렇다.

오디오에서 특성이 좋은 선재, 즉 양질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고, 음악신호를 왜곡시키지 않는 우수한 선재는 인간의 건강한 혈맥과 다르지 않다. 혈액을 운반하는 혈맥이 깨끗할 때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 그러기에 선재가 연결되는 접점 부분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디오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해주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주기적인 시디 클리너 및 사운드 클리너의 사용, 엘피레코드 및 바늘 청소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소한 음질변화에도 귀기울여 오디오 기기의 기능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아름다운 음악을 최적의 상태로 재생하는데 필요한 메니어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전기만 먹여주면 언제든지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줄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냉정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오디오는 차가운 음악만을 들려줄 것이다. 오디오는 애정을 가지고 들으면 따뜻한 음악을 들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말 것이다. 오디오와 메니어의 관계도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성을 쏟을수록 아름다운 소리로 보답하는 오디오를 어찌 차가운 무생물일 뿐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