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운문 (3) - 겨울나무 겨울나무 신항섭 지금은 자정 온 세상이 얼어붙은 깊은 잠 더 이를 데 없는 잠수 지열을 찾아 쭉쭉 내뻗는 탄맥 꿈일법한, 그 힘찬 노동으로 너를 깨운다 너는 단지 네 의식의 체적만큼만 밝히는 야광충 그 차가운 빛을 끄고, 여전히 내 가슴에 서식하는 첫사랑의 미열 그 온기로 너를 덥.. 서정적인 운문 2007.08.27
나를 울린 시 (36) - 혼자서 붐비다 혼자서 붐비다 정진규 꽃으로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한시절 지낼만 했는데 나의 여름은 언제나 불행하였다 가을까지 가는 동안 그동안이 늘 숨이 찼다 나의 들숨과 날숨은 언제나 고갯턱에 머물렀다 혼자서는 안돼, 안돼 타일렀으나 비워둔 틈 하나 없었다 혼자서 붐볐다 단물이 고일 틈이 없었다 풋.. 명시감상 2007.08.26
서정적인 운문 (2) - 개화 개화 신항섭 한 천년 그보다 더 오래 검은 진주 가득 찬 꽃배가 침몰했다더니 오늘, 온 세상 어둠이 집결하는 천길 심연에서 무수히 쏘아 올리는 난쟁이 병정들의 불화살 비등하는 신열 그 열꽃에 떠밀려 내쳐 솟구치는 폭죽소리 꽃 벙그는 소리 서정적인 운문 2007.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