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40) - 어느 밤의 누이 어느 밤의 누이 이수익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하게 잠들어 있다. 밤 깊은 귀가길, 어둠 속에 전철은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 해쓱하게 야윈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 위로 슬픈 제 체중을 맡긴 채 넋을 잃.. 명시감상 2007.09.27
명작의 길 (12) - 정우범 정우범의 수채화 아름다운 색채언어로 노래하는 서정시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을 배우는 데는 길이 있지만 독창적인 세계를 만드는 일에는 길이 없다. 다시 말해 창조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일은 누가 일러주어 될 일이 아니라 결국 혼자만의 문제라는 뜻이다. 어쩌면 배운 사실을 잊어버리는 .. 명작의 길 2007.09.24
서정적인 운문 (11) - 길이 가고 있다 길이 가고 있다 신항섭 길이 가고 있다 낮술에 취해 흔들리며 구부정하니 가고 있다 한 뼘쯤 됨직한 밭뙈기 논배미 허리춤에 차고 가고 있다 나지막한 둔덕이며 야트막한 골짜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고 있다 엿처럼 늘어져 누운 놀 등지고 힘없이 길이 가고 있다 기우뚱이는 낮 달을 .. 서정적인 운문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