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47) - 온천

펜보이 2007. 8. 14. 11:24
 

 온천 溫泉

 

  옥황상제는 천상에 살면서도 항상 살아 있는 생물들로 가득한 지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부러워했다. 그렇다고 해서 옥황상제가 지상으로 내려가서 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는 문득 지상에 내려갈 수 있는 구실을 만들었다. 지상의 물이 천상보다 좋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지상에서 목욕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상에 내려가 목욕을 하려니 물이 몹시 차가웠다. 그래서 신하에게 지상에 있는 샘물 가운데 몸에 좋은 물을 찾아 데워놓으라고 일렀다.

  하지만 신하는 샘물을 데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물통을 가져다가 불을 때서 물을 데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불로 데우는 물은 천상의 목욕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 몇 날 몇 밤을 고민하던 신하는 마침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샘물 밑으로 동굴을 파고 그 속에서 물을 데우면 간단한 일이었던 것이다.

  신하는 백성들 중에서 동굴을 잘 파는 사람을 불러 모아 아름다운 숲 속에 있는 맑은 샘물을 찾아 그 밑에 동굴을 파도록 지시했다. 마침내 동굴이 완성되었다. 이어 신하는 숯을 굽는 사람을 불러 숯을 만들게 하고 화부에게 불을 때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샘물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아무도 몰래 지상에 내려가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노래하는 숲 속에서 따뜻한 샘물로 목욕할 수 있게 되었다.

  옥황상제가 내려오지 않는 날에는 숲 속에 사는 산짐승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짐승, 그리고 하다못해 작은 곤충들까지 따뜻한 샘물을 마시는 것은 물론 목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따뜻한 샘물을 마시고 목욕을 한 산짐승이며 날짐승 그리고 곤충들은 아픈 곳이 씻은 듯이 나았다. 신통한 일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먼 곳에 사는 산짐승이며 날짐승 그리고 곤충들이 다투어 몰려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옥황상제는 신하들에게 더 많은 곳에 따뜻한 샘물을 만들도록 일렀다. 그리하여 산짐승이며 날짐승 그리고 곤충들은 따뜻한 샘물을 마시고 목욕을 할 때마다 옥황상제를 칭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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