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44) - 오로라

펜보이 2007. 8. 8. 13:38
 

  오로라 極光

 

  따뜻한 나라에 사는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먼 북쪽에 있는 얼음 나라로 여행을 왔다. 신선들은 온갖 요술을 부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천지가 온통 하얀 눈과 얼음뿐인 색다른 풍경을 보고는 신선들도 그저 입을 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제까지 상상도 해 본 일이 없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신선들은 구름 대신 눈으로 구름모양을 만들어 타고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발아래에 보이는 흰곰은 마치 눈덩이가 굴러다니는 것 같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참으로 신기했다. 어디 그 뿐이랴. 수 백 마리의 순록이 강물 흐르듯이 떼를 지어 달려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런가 하면 눈이 내리는 곳에서는 도저히 천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요술을 잘 부리는 신선들이라고 해도 시야를 가리는 눈발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가 눈 속을 벗어나 햇살이 비치는 곳에 이르러서는 하얀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신선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놀랐다. 햇빛에 반짝이는 순백의 눈과 수정 같은 얼음이 지어내는 하얀색의 풍경은 먼 여행으로 지친 신선들의 눈과 마음을 맑게 씻어주었다.

  하얀색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신선들 중 그림에 소질 있는 신선 하나가 갑자기 붓을 만들더니 햇빛을 빌어다가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얀 눈과 얼음을 배경으로 붓이 움직일 때마다 무지개처럼 현란한 추상 그림이 나타났다. 신선의 붓은 스스로 흥이 나서 춤을 추었다. 붓이 춤추는데 따라 갖가지 형상의 그림이 되었다. 그리고 신선들은 그림에다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곁들였다. 음악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눈과 얼음 세상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동료 신선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본 일이 없다며 감탄했다. 신선들뿐이 아니었다. 흰곰도 순록도 그리고 얼음 나라에 사는 온갖 짐승들도 걸음을 멈춘 채 하늘에 펼쳐지는 아름답고 신비한 그림에 홀딱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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