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운문 (25) - 낙화유수 낙화유수 신항섭 어쩌지요 기별 없다고 무심히도 툭, 툭, 내던지는 동백꽃 행여 누구라도 발끝에 채여 붉은 꽃물 님 발자국 적시오면 서정적인 운문 2008.02.14
서정적인 운문 (24) - 백건우의 쇼팽 백건우의 쇼팽 신항섭 사금파리 같이 차고 맑은 이로 노래하는 북극 먼바다 조각난 얼음처럼 낭랑한 초승달 이팝나무 꽃 닮은 혼 뿌리며 황홀히 지다 서정적인 운문 2008.01.31
서정적인 운문 (23) - 겨울 기차를 타고 - 2 겨울 기차를 타고-2 신항섭 산도 뚫고 강도 가로지르는 견고한 두 줄기 유선통신이면 폭설도 뚫고 그대 가슴마저 관통하리란 확신으로 몸을 싣는다 하지만, 지표에 닿지 않는 불안정한 전진은 표류하는 배와 같은 것 공중부양 같은 것 그 허기진 감각으로 나를 밀어내고 달아나는 푸른 빛.. 서정적인 운문 2008.01.13
서정적인 운문 (22) - 왕대밭 소견 왕대 밭 소견 신항섭 인동 꽃 흐드러진 전라도 장흥 어디 폐교 뒤란에 이슥한 밤에 왕죽 새순 캄캄한 대궁 속에 갇혀 듣는, 우레 같은 죽비 소리 역류하는 물길소리 폭포수 같은 서정적인 운문 2007.12.28
서정적인 운문 (21) - 수즈달 낮달 수즈달 낮달 신항섭 모스크바 북쪽으로 한나절 해도 지쳐 오르다만 둔덕 성근 나뭇가지 끝에 걸린 목화 솜 하나 수도원 종탑 창틀에 맞추어 뜯어내는 창백한 얼음 판화 한 장 서정적인 운문 2007.12.10
서정적인 운문 (20) - 선암사 홍매 2 선암사 홍매 2 신항섭 저잣거리 기생 蜜花밀화 산문에 기대어 短歌단가 목 빼어 부르다가 제 설움에 복받쳐 확, 쏟아내는 달거리 같은 서정적인 운문 2007.11.29
서정적인 운문 (19) - 선암사 홍매 1 선암사 홍매1 신항섭 이슥한 봄 밤 모시 홑 속적삼 촘촘한 그늘 밑 숫보기 乳頭유두 끝 침전하는 붉은 꽃물 서정적인 운문 2007.11.21
서정적인 운문 (18) - 욕정 욕정 신항섭 사악한 벌레들이 명주실 실타래처럼 엉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 심연을 쟁탈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삐쳐나는 불꽃 화살촉 하나 서정적인 운문 2007.11.07
서정적인 운문 (18) - 홍시 홍시紅枾 신항섭 헐벗은 감나무 우듬지 뎅그러니 오도가도 못하다가 이웃집 절간 風磬풍경 따라 건들건들 타령조로 독경이나 외우더니 이른 새벽 눈 어둔 늙은 까치 밥으로 낭자하니 흩어지다 서정적인 운문 2007.10.31
서정적인 운문 (17) - 지평선을 위해 지평선을 위해 신항섭 네댓 살쯤 돼 보임직한 고만고만한 나무들 가운데 미운 짓거리 삼아 한 서너 그루 삐죽삐죽 솟아 내 속눈썹 반쯤 자르고 나니 제법 반듯하니 가로누인 뚝방 길 자전거 하나 길다랗게 질러간다 서정적인 운문 200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