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감상

명화감상 (5) - 필리피노 리피

펜보이 2008. 3. 7. 12:34
 

 

명작명품 세계순례 - 필리피노 리피

 

"동방박사의 예배"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 구분 없이 화업, 즉 그림 그리는 일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그것은 재능도 재능이려니와 항상 옆에서 보고 흉내내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젖어들기 때문이리라. 

  프라토에서 태어나 피렌체파의 일원이 된 필리피노 리피(Filippino Lippi, 1457-1504)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프라 필리포 리피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명성에 버금가는 화가로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축복된 탄생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고아로 태어난 아버지 프라 필리포 리피는 카르멜회의 수도사가 되기 위해 카르미네 성당의 수도원에 들어가서 타고난 재능 덕분에 그림을 배웠고 화가로서 대성공했으나, 모델인 수녀 루크레치아 부티와 사랑에 빠져 그만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필리피노 리피인 까닭이다.  프라 필리포 리피는 종교화를 현실적으로 그린 최초의 화가로도 유명한데, 이는 신부로서 세속적인 사랑에 빠진 자유분방한 성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서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필리피노 리피는 타고난 재능 덕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아버지의 제자 보티첼리에 의해 한껏 만개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된다.  보티첼리 공방에서 배우는 동안 그는 우아한 선과 화려한 색채에 대해 눈을 뜬다.  피렌체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색채 및 현실적인 감각은 보다 인간적인 르네상스 정신의 발로이다.  그 또한 화려한 색채 및 우아한 선을 구사하여 따뜻한 인간적인 체취가 짙은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아버지와 함께 스틸레토 성당 벽화를 제작한 것을 비롯 로마의 산타마리아 소프타미네르바 성당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 이야기’와 ‘성 필리포와 성 요한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마사치오에 의해 시작된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내의 브란카치 교당의 벽화를 완성함으로써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된 그는 1486년 생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성 베르나르도의 환상’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다.  그는 강력한 후원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로부터 ‘고대 그리스의 화가 아펠레스보다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었을 만큼 유명화가가 되었던 것이다.

  “동방박사의 예배”는 서구 종교화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주제로서 별을 보고 예수의 탄생을 알게 된 동방의 세 박사가 아기 예수를 알현 예배하고 예물을 바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동방박사는 모자를 쓴 마기(고대 메디아 및 페르시아 배확교 승려)의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나 중세 말기에는 이들을 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사람의 행렬이 등장하고 호화롭기 그지없다는 점에서는 그릴란다이오와 파브리아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산 도나토 아 스코베토 수도원을 위해 그려졌는데 원래 레오나르도에게 위촉되었으나 그가 밀라노로 떠났다가 로마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필리피노에게 돌아간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스승 보티첼리의 구도를 참고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