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이야기 (12) -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의 트위터

펜보이 2007. 8. 31. 10:12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적용해 사운드포럼에서 만든 "콘트라베이스"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의 트위터

 

신항섭(미술평론가)

 

오디오에 귀금속이 등장한지는 오래 되었다. 젠센의 실버오일콘덴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 전에 이미 콘덴서에 은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가 보편화되면서 금은 빠뜨릴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각종 신호선을 연결하는 콘넥터 부분에 금 및 은도금을 한다던가, 신호선 자체를 아예 금이나 은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오디오에서 귀금속이 쓰이고 있는 것은 전도체로서의 그 우수한 특성 때문이다. 금이나 은은 전기 및 전자신호를 전송하는 전도체로서는 가장 우수한 재료로 평가받고 있는데, 귀금속이니 만치 그에 상응하여 고가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기 및 전자신호의 전송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 또 안정되고 빠른 전달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재료여서 그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솔리드 앰프라고 하는 현대의 하이엔드에서 신호체계에 금과 은이 쓰이고 있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귀금속의 단계를 뛰어넘어 보석까지 오디오에 쓰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디오의 가격이 수직상승하게 되고 그 가격이 별다른 거부 없이 받아들이는 시장상황에 용기를 얻은 탓인지, 급기야 보석을 오디오의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연구가 시작되었던 모양이고 그 성과가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이미 몇 해가 흘렀다. 보석이 공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시계분야가 아닌가 싶다. 정밀기계공업의 상징이었던 손목시계에 루비나 다이아몬드 따위의 보석이 사용된 것은 철보다도 강한 그 경도 때문인데, 기계적인 마모를 줄이면서 사용기간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가 하면 절삭용이나 연마재용 또는 전기 및 열의 절연재로서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특히 1954년 제너럴 일렉트릭사에 의해 개발된 다이아몬드 합성기술로 인해 공업용으로서의 다이아몬드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기술은 ‘흑연의 튜브 속에 종자 다이아몬드, 탄소, 황화철을 넣은 뒤, 탄탈의 금속판으로 뚜껑을 한 캡슐을 봉입하고, 약 10만 기압에 1,600도의 열을 가’하는 방법이다. 천연다이아몬드는 생산량의 한계가 있어 대량으로 요구되는 공업적인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는 문제가 합성다이아몬드의 개발동기가 된 셈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합성기술은 한 단계 발전하여 고온저압을 이용한 박막 다이아몬드를 개발, 역시 공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수 년 전, ‘아큐톤’이라는 상표로 스피커 유닛을 생산하는 틸&파트너사에서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를 가공하여 트위터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 다이아몬드 트위터 제조에는 일종의 ‘CVD(화학기상증착제법)’라는 성형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 장의 진동판을 얻기 위해 무려 4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 공정을 거쳐 지름이 20밀리미터의 진동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재생할 수 있는 음역은 100kHz라는 초고역에까지 이른다. 실로 다이아몬드라는 재료가 아닌 금속이나 그 밖의 재료로는 얻을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에 지름이 2.5센티미터와 3.0센티미터 크기의 트위터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가공기술이 어려운 데다가 고가의 재료인 탓에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스피커제조업체에서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유닛을 채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좀더 진화된 오디오, 그리고 듣기 좋은 재생음이라면 이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스피커는 그 가치에 합당하리 만치 납득할 만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그렇다’이다. 상품화된 유명 메이커에서 제작되는 스피커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다이아몬드’라는 단어 또는 그 이니셜인 ‘D’자를 그 명칭에 붙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스피커들과 다른 다이아몬드라는 특수한 보석을 유닛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차별성 및 자부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미 아큐톤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제조업체로는 선발주자인 아발론과 신생업체인 루멘화이트가 있고, 스피커제조업체의 대명사격인 B&W도 여기에 가세를 하고 있다. B&W는 아큐톤 제품이 아닌, 공업용 다이아몬드 전문 제조업체인 영국 엘레멘트식스사의 제품을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다이아몬드 진통판은 틸&파트너와 마찬가지로 CVD(화학기상증착제법)라는 제조법으로 제작되는데, CVD는 플라즈마 형 가스를 이용해 기판 표면에 다이아몬드를 형성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B&W는 셀레멘트식스사와 공동연구를 시행해 실리콘 기판 위에 26.29mm 구경의 돔형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는데 성공, 공진주파수가 80kHz 근처’에 달하는 초고역 재생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큐톤의 트위터를 보면 정말 다이아몬드답게 눈부신 광채를 발한다. 표면을 연마하지 않고는 그와 같은 광택을 얻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CVD 제조기법이라고 하지만 백금 도금을 했다는 B&W 유닛과는 다른 공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싶다.

 

                                        

                                                

 

                                       B&W에서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800-D 스피커

                                                

이처럼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이 스피커 유닛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우수한 음질특성에 있다. 인간의 가시청 주파수가 20,000Hz라고 했을 때 그 이상의 재생능력은 필요 없을 듯이 생각된다. 하지만 HDCD, SACD, DVD 따위의 광대역을 표현하는 새로운 소스의 출현으로 인해 그 이상의 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의 출현은 이제 현실적인 요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20,000Hz 이상의 광대역을 재생하는 소스기기 및 앰프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새로운 매체는 물론이려니와 기존의 CD를 들어보면 청감상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0,000Hz 전후의 초고역의 재생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뻗어나간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대역을 감청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지 평탄하고 매끄러운 고역의 표현력을 통해 감득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그렇다. 아무튼  초고역의 자연스러움은 단순히 그 부분의 대역을 자연스럽게 재생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저역의 밸런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다이아몬드는 보석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목걸이로 가공된 수십 캐럿 짜리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그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투명한 아름다움 속에서 세상에 그를 따를 수 없는 눈부신 빛을 발함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런데다가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도 가장 경도가 높을뿐더러 변치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가 아닐까. 어쩌면 신부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예물로 주는 것도 그 변치 않는 성질에 연유하리라. 아름다운 젊음을 유지하면서 변치 않고 백년해로를 하라는 그런 염원을 담는 것이다. 이렇듯이 다이아몬드는 다른 보석이 따를 수 없는 특성을 지님으로써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에게는 다시없는 귀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러기에 호사스러움 또는 사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모른다.

가장 귀히 여기는 다이아몬드를 오디오에 적용하는 것은 역시 최고의 소리를 얻고자 하는 염원에서 비롯된다. 단지 고가의 오디오에 합당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장식용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디오 엔지니어들은 물리적으로나 전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재생음을 구현하는데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따라서 다이아몬드를 오디오에 채용했을 때 이와 같은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채용하는가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물리적으로 뛰어난 특성을 가진 다이아몬드라고 할지라도 그 용도, 즉 재생음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한낱 돌에 불과할 따름이겠기에 말이다.

어쩌면 다이아몬드를 트위터 진동판으로 만들겠다는 그 발상이야말로 오디오 재생의 한 극점에 단숨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트위터는 스피커에서 고역재생을 담당한다. 트위터는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0Hz에서 그 이상의 대역을 담당한다. 초기의 콘지가 재생할 수 있는 주파수범위는 대체로 그 상한선이 20,000Hz에 이른다. 그러나 콘지와 같은 재료는 초고역에서는 공진에 따른 음의 왜곡현상이 일어나 평탄한 재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들이 연구에 동원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필름 및 실크를 비롯하여 알루미늄, 금, 티타늄, 베릴륨 따위의 금속재료가 트위터 진동판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소재는 물리적인 특성은 물론 재생음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오늘까지도 상용화되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콘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돼 이전보다 향상된 음질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무튼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트위터를 단 스피커들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며 왜곡이 적은 매끄러운 고역을 들려준다. 이처럼 신기술, 새로운 재료로 만든 트위터 진동판은 곧바로 하이엔드의 음질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스피커의 진화가 가장 더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 형태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내용적으로는 가장 눈부신 진화를 거듭해온 분야라고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단 스피커를 경험하고 나면 소스기기나 앰프의 진화가 오히려 늦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사운드포럼에서 새로 개발한 4웨이6 시스템(2cm 구경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5cm 구경의 다이아몬드 미드를 채용했다) 

 

오디오 엔지니어들은 이론적으로 트위터의 재료로서는 최상의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스피커 유닛에 적용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이로써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유보하고 청각을 충족시키는 물질로서 변환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보석으로서의 가치 이전에 지구상에서 가장 특성이 우수한 물질로서의 가치를 환원시킨 것이라고 보면 옳다. 이는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을 공업적인 측면에서 극대화시킨 사건이다. 순수한 물질적인 가치로 환원하여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련의 다이아몬드는 오디오가 만들어내는, 재생음이 도달할 수 있는 그 극점에서 그 자신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오디오에 적용된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여전히 보석의 왕으로서의 면모를 조금도 잃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물질로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재생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다이아몬드를 대리할 수 있는 물질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물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주파수레인지, 최고의 품위, 그리고 최상의 아름다운 소리가 다이아몬드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스피커는 위에 열거한 제품 이외에 사운드포럼에서 제작한  ‘콘트라베이스’는 쓰리웨이 파이브 유닛의 대형기로서 유닛 구성만을 놓고 볼 때 아발론의 다이아몬드나 루멘화이트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B&W의 다이아몬드 시리즈를 압도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아직 튜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놀라운 능력으로 메니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수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사용하는 메니어들이 있다. 그리고 사운드포럼에서 제작된 ‘탄호이저’에 다이아몬드를 달고 이미 그 뛰어난 재생능력을 은밀히 즐기고 있는 메니어들도 있다. 이들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운용하는 메니어와 그 주변 동호인들을 통해 다이아몬드 유닛의 특성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발론의 다이아몬드나 B&W의 다이아몬드 시리즈, 그리고 루멘화이트 다이아몬드에 관한 평론가들의 시청평을 보면 한결같이 한없이 매끄럽게 뻗어나가는 고역, 그리고 자연스러운 표현력으로 요약된다. 여기에다가 입체적인 공간의 확장이 덧붙여진다. 이 정도의 특성이라면 스피커로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인 이미지는 더 이상 바랄 데가 없다. 이전의 그 어떤 트위터로도 달성할 수 없었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결코 가진 자들을 위한 사치품이 아니다. 시각적인 호사스러움이나 소유의 만족도를 높이는 보석으로서의 만족감을 높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만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물질적인 특성에 따른 음질상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그 어떤 비난도 간단히 물리치고 있다. 그만큼 당당하게 자신을 주장한다.

탄호이저에 장착된 다이아몬드를 1개월 가까이 들으면서 스피커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스피커의 존재를 느끼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상스러운 재생음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반사작용이라고 보았을 때 다이아몬드는 그런 문제들을 감쪽같이 제거하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아마도 스피커의 존재를 느끼는 상황이라면 소스의 녹음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그 밖의 다른 문제 때문이리라. 스피커 자체에 대해 말한다면 사실 거의 흠을 잡을 데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채용된 루멘화이트사의 스피커

 

섹소폰 명연주로 평가되고 있는 오디오파일용 ‘안티폰 블루스’를 듣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섯 평이 채 안 되는 오디오룸에 갑자기 커다란 돔이 생기고 있었던 까닭이다. 섹소폰의 그 생생한 음은 물론이거니와 장대한 공간을 장악하는 오르간의 음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감흥에 휩싸이고 말았다. 음장감, 또는 공간감이나 입체감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실연의 무대가 전개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고딕양식의 어느 교회당 건물 안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에 빠졌던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혼을 통해 스트레스없이 매끈하게 뻗어나가는 금관악기 특유의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캐롤키드의 앨범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는 보컬의 투명한 미음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바로 눈앞에서 노래하는 듯한 착각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흔히 입 모양이 보인다고 하는데 그런 정도의 입체감을 그려내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발성의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트랙 끝까지 들어도 지치지 않는다. 물질 중에서 가장 강건한 그 이미지와는 달리  순연한  아름다움, 즉 자연스러운 소리의 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캐롤키드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비버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고음역의 표현력은 이제까지 그 어떤 스피커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도 걸림 없이 끝까지 뻗어 오르는 바이올린의 자연스러운 고역에 넋을 잃을 정도이다. 그 황홀한 재생음은 천상으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같다는 기분이다. 이 음반은 워낙 연주와 녹음이 뛰어나 많은 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다이아몬드가 재생하는 고음역은 정말 돈주고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한없이 청명하게 울리는 공간의 아름다움 속에서 울려대는 악기들의 화음이 절묘하게 살아난다. 찰랑거리는 바이올린의 끝자락은 나비가 춤을 추듯 부드럽고 유연하며 경쾌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얇은 꽃잎의 떨림을 보고 있는 듯한 감정에 젖어들게 한다. 탁음을 용서치 않는 이런 극한의 미음은 탐미적인 시각이 아니고는 결코 해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극한의 마이크로 세계가 다이아몬드에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재생음의 세계는 다이아몬드가 아니고는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이들 음반 외에 그 어떤 종류의 연주를 들어도 마찬가지로 고음역의 찬란한 확장감은 결코 반감하지 않는다. 그 확장 정도를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기존의 트위터들이 장악할 수 있는 공간이 반지름 1미터 영역이라고 했을 때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1.5미터 이상이다. 그 만큼 고역의 뻗침이 길고 매끄럽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공간의 확장이란 단순한 음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상하 그리고 깊이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실제의 연주장을 방불케 하는 입체적인 공간감을 실현하는데 있다. 다이아몬드는 이를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체적인 음의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간다. 중음에 밀도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저역을 단정하게 마무리한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밸런스를 이상적으로 만들어 가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한다. 바꾸어 말해 이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소스, 앰프, 선재 따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두 제압하여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로 귀결시킨다. 그런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건 최고의 보석에 대한 의례적인 찬사가 아니다. 너무나 고고한 자리에 위치한, 다이아몬드만이 누릴 수 있는 절대적인 재생음의 경지에 대한 당연한 헌사인 것이다.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