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이야기 (13) -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와 사운드포럼사운드

펜보이 2007. 10. 14. 22:24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와 ‘사운드포럼사운드’는 이종동류?

 

 신항섭(미술평론가)


1950년대 스테레오 음악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를 정점으로 하는 오디오의 기술은 그 이후 얼마만큼 발전 또는 진보한 것일까. 웨스턴 일렉트릭으로 상징되는 오디오는 음향적으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말하는 빈티지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경험하고 난 이들은 더 이상 오디오의 진보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는 단지 ‘웨스턴 일렉트릭 사운드’를 추종하는 빈티지 애호가들만의 주장일 뿐일까? 물론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선택된 극소수의 메니어일 뿐이다. 남아 있는 제품이 많지 않을뿐더러 설령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이기에 그렇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빈티지 애호가들 사이에서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의 신화는 더욱 증폭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잘 조합된 기기를 통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들어보고 나면 왜 아직도 적지 않은 빈티지 애호가들이 웨스턴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수긍할 수 있다. 아니, 굳이 빈티지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 번쯤은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에는 거부하지 못할 마력이 있다. 실제로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는 청감상 현대오디오에서 요구되는 재생음악의 여러 평가기준을 거의 충족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만일 이 시점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면, 더 이상 새로운 기술에 도전할 필요 없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오디오의 정점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이상적인 재생음악의 한 전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그렇다. 그러고 보면 정말 지난 반세기 동안 오디오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가 출중하다고 해도 발전 및 진보의 여지는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감성이 요구하는 재생음악에 대한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기기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는 까닭이다.

웨스턴 일렉트릭이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그리고 음향적으로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현대의 하이엔드가 도달한 기술적인 성과와는 역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핀 포인트를 목표로 정밀하게 다듬어진 현대의 하이엔드 소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 하이엔드의 음향적인 특성이 인간의 감성에 대한 호소력이 더 큰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오디오란 궁극적으로 개인적인 취미의 영역에서 벋어날 수 없기에 그렇다. 청각과 영혼을 홀리는 초고가의 하이엔드가 지배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이상적인 재생음악으로 선망하는 마니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를 뒷받침한다.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연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아날로그 소스인 레코드가 아닌 CD를 재생하는 경우라도 웨스턴 일렉트릭 제품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토키시대에 출연한 사운드이고 보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는 인간의 발성을 가장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것을 목표로 튜닝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자연스러움’이란 인간의 감성이 가장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상태라고 할 때, 인간의 목소리에 기준을 둔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는 이에 가장 근접하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절대적인 그 숭배자이거나 소수의 빈티지 마니아에 국한한다. 다시 말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체험하지 못한 오늘의 마니아 대다수에게는 단지 상상 속의 소리일 따름이다. 만일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소리가 ‘자연스러움’에 있다면, 현대의 하이엔드가 지향하는 목표 또한 그로부터 멀지 않으리라. ‘자연스러움’이란 원래의 소리, 즉 실연에 일치하는 소리이겠기에 그렇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현대의 하이엔드는 되레 ‘자연스러움’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른 바 물리적인 특성 및 기술적인 향상을 모색하면서 극렬한 오디오적인 쾌감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이기 때문이다. ‘오디오적인 쾌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실제의 연주와는 엄연히 다른 소리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주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에서조차 들을 수 없는, 연주자의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잡아내는 하이엔드의 재생음은 기계적인 소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기계적인 소리는 분명히 ‘자연스러움’과는 다른 것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소리는 음원의 충실한 재생이 아니라 기계적인 조작의 소리인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대다수의 마니아들로서는 보다 더 기계적인 소리에 열광한다. 극렬한 해상력을 통해 맛보는 짜릿한 청각상의 쾌감에 매료되는 까닭이다. 이처럼 극렬한 해상력은 실제의 연주에서도 좀처럼 듣기 어려운, 하이엔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의 신비이자 환상인 것이다. 어쩌면 오디오 마니아는 음악보다는 하이엔드에서 피어오르는 그 환상을 좇는 일에 열중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하이엔드를 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보다 더 아름답게 듣기 위한 욕구의 한 방편일 뿐이어야 한다. 인간의 발성을 자연스럽게 재생하는 데 충실했던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는 현대의 그 어떤 하이엔드도 되풀이할 수 없는 것이다. 오디오란 수많은 전자부품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기 부품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특성에 의해 재생음의 성격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가 도달했던 자연스러운 음악적인 표현력은 이미 재현될 수 없는 세계이다. 이미 당시에 생산된 부품의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기기를 만들던 엔지니어들도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가 도달했던 자연스러운 소리의 경지는 하나의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한 오늘 웨스턴 일렉트릭이 실현했던 자연스러운 재생음악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일까. 단적으로 말해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가 자연스러움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다면 현대의 하이엔드로서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기술적으로 더욱 고성능화되었으면서도 한층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할 수도 있는지 모른다.   

사운드포럼이 최근에 완결지은 풀 시스템 소리를 들으면서 웨스턴 일렉트릭이 추구했던 ‘자연스러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 ‘웨스턴일렉트릭사운드’를 어쩌다 귀동냥한 데 지나지 않는 입장으로서는 ‘사운드포럼사운드’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 자신감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운드포럼의 소리는 기존의 하이엔드 메이커들과는 차별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차별적인 요소란 ‘자연스러움’이라는 형용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음질상의 특징은 여타 기존의 하이엔드 메이커의 제품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그러기에 ‘사운드포럼사운드’라는 용어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포럼사운드’의 특징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자연스러움’이라는 형용사에 가장 가깝다. 이에 덧붙인다면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가 ‘사운드포럼사운드’에 합치되는 것이다. 사운드포럼의 제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전체적인 인상은 밝고 깨끗하고 투명하여 전망이 좋다. 어디 한 군데도 뭉친 데 없이 열려 있는 소리인 것이다. 더불어 아주 쉽게 울리는 소리라는 느낌이다. 어떤 소스를 걸어도 무리 없이 아주 상냥한 인상으로 울려준다. 하이엔드에서 요구되는 해상력, 분해력, 정위감, 다이내믹스, 임장감, 스피드 따위의 항목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다가 음질의 특색, 즉 음색은 그 어떤 하이엔드 시스템의 소리와도 다르다. 과연 ‘사운드포럼사운드’가 이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에 합치되는 음향적인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보건대 그 첫째는 아마도 부품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프리 및 파워 앰프를 비롯하여 트랜스포트, DAC 그리고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특정 메이커의 부품을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 류 또한 특정 메이커의 제품 일색이다. 이로 미루어 ‘사운드포럼사운드’는 특정 메이커의 부품과 선재 류에 의해 성립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사운드포럼이 부품가게에서 스피커 자작공방으로, 그리고 마침내 풀 시스템을 갖춘 메이커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부품을 선별해내는 감각이 남달랐다는 점에 있다. 우선 스피커의 경우 고가의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선호하고 있는 아큐톤과 스카닝 유닛을 채용함으로써 처음부터 가격을 떠난 고음질의 스피커를 만든다는 의지를 실천했다. 여기에다가 역시 고가의 문도르프 콘덴서를 비롯하여 이미 하이엔드 메이커들에 의해 검증된 유명 부품들을 투입했다. 초기 스피커 개발은 전적으로 김태영사장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고가의 유명 하이엔드 제품을 분해하면서 그 구조적인 이해를 통해 스피커 튜닝의 기술 및 감각을 익힌 그에게 우수한 유닛 및 부품이 요구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스피커 제조기술을 통해 ‘사운드포럼사운드’의 초석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운드포럼은 스피커메이커로 출발했다가 부품 가게를 겸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그 어느 메이커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빠른 제품개발 속도는 이러한 여건 위에서 비롯된다. 우수한 특성의 부품을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는 여건과 자작공방 형태의 운영방식이야말로 가장 빠른 기간에 풀 시스템을 갖춘, 그것도 개별적인 이미지가 분명한 사운드, 즉 ‘사운드포럼사운드’를 성립시키는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운드포럼사운드’는 앰프 자작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를 영입한 이후 2년이 채 안 되는 단기간에 앰프 및 소스 기기까지 망라한 풀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완성되었다. 아마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풀 시스템을 갖춘 예는 오디오사에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배성호박사는 앰프 자작파 출신으로서 진공관앰프는 물론 솔리드 앰프 설계기술을 가진 베테랑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진공관앰프를 자작하기 시작한 이래 100여 종이 넘는 앰프를 만들었다고 하니, 오디오 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배박사는 이미 사운드포럼 제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앰프 및 소스기기 설계에서 그 놀라운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음질 특성에 관한 문제 이전에 질서정연한 부품의 배치를 보면 그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소리를 듣지 않고도 아름다운 소리가 절로 연상될 만큼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아름다운 회로 설계는 오디오의 기술적인 면 전반에 걸친 완벽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최근에 완성한 진공관식 DAC는 비교대상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만큼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제품이라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 내부를 보면 정말 아낌없이 투입한 최고급 부품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높은 가격 때문에 외국 하이엔드 메이커조차 선뜻 결행하지 못하는 테프론 기판을 채용했다. 여기에다가 문도르프 실버오일 및 실버골드 콘덴서로 빼곡이 채워 넣었고, 뛰어난 특성을 가진 LAT선재도 가세했다. 이런 물량공세는 부품가게를 겸하는 사운드포럼이 아니고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 음질을 위해서는 타협을 거부하는 사운드포럼식 물량공세인 것이다.    

 

     

이런 형태의 물량투입은 사운드포럼이 제작하는 제품에서는 공통사양이다. 물론 테프론 기판은 제작단가를 높이는 요인이어서 수요자의 선택사항으로 남겨두고 있는 모양인데, 아무튼 ‘사운드포럼사운드’는 이와 같이 최고의 부품과 그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회로설계 및 제작과정 그리고 최고의 음질에 공방수준의 마진율을 적용하는 운영방식의 산물이다. 소리에 대한 평가가 ‘좋고’ ‘나쁨’을 떠나 아낌없이 투입된 호화부품들로 멋지게 장착된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고조된다.

오디오업계에 돌아다니는 미신의 하나는, 가격이 비싸고 특성이 좋은 부품이라고 해서 무작정 도배하는 식의 물량공세만으로는 결코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성이 좋은 부품만을 엄선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나쁜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양질의 부품을 엄선해서 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기에 다소 비싸더라도 특성이 좋은 부품을 외면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특히 오디오 단품 하나가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최근의 하이엔드 제품가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문도르프사의 실버골드 콘덴서는 용량에 따라 기만원에서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용자들의 입소문의 결과인 것이다. 최근호 하이파이저널을 보면, 문도르프의 라이문트 문도르프사장은 평론가 송영무가 인터뷰한 글에서 이미 B&W, ‘카르마, 부르메스터, MBL, 아방가르드, 토템 어쿠스틱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메이커’에서도 문도르프 제품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문도르프 콘덴서는 특성이 우수한 부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메이커도 부분적으로만 문도르프의 부품을 사용할 뿐 사운드포럼처럼 도배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제품으로 꾸민 어느 오디오 동호인 음악실

 

이에 비해 사운드포럼은 CDT를 비롯하여 DAC, 그리고 프리 및 파워앰프 그리고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문도르프 콘덴서를 집중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애초에 회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문도르프 콘덴서 채용을 전제로 한다. 문도르프 콘덴서는 같은 용량이라고 할지라도 타사 제품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복수의 제작방식 때문이라고 하는데 가격 또한 크기에 비례한다니 재료의 가격 자체가 비싼 탓이 아닌가 싶다. 문도르프 콘덴서의 특징은 해상력이 높고 주파수대역이 넓은데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의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표현력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문도르프 콘덴서로 도배하는 사운드포럼의 풀 시스템이 들려주는 소리는 청량하다. 그리고 아름다우면서도 자연스럽다. ‘아름답다’든가 ‘자연스럽다’는 음질 특성은 어쩌면 모든 오디오의 공통사항인 듯싶으나, 실제로 비교해보면 ‘사운드포럼사운드’와 타사 제품은 분명히 다른 데가 있다. 특히 실버골드콘덴서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 그 소리의 특징은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소리가 어느 한 군데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분산되고 확산된다. 그러니 스피커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소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운드포럼사운드’는 곧 ‘문도르프사운드’라는 말이 성립될 듯싶다. 실제로 그렇다. 실버골드를 사용해본 메니어라면 실감했겠지만 문도르프 콘덴서의 지배력은 상상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음질변수에 진공관이 가장 크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문도르프 실버골드는 그보다 자기주장이 한층 강렬하다. 그러기에 ‘사운드포럼사운드’의 근간은 다름 아닌 문도르프 콘덴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운드포럼이 애초부터 이와 같은 소리의 특징을 목표로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운 좋게도 우수한 부품을 만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특성이 우수한 부품을 선별하는 안목과 고가의 부품을 망설임 없이 채용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합쳐져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까. 덧붙여 여기에는 특성이 우수한 부품의 특성을 최대한 이끌어낼 있는 뛰어난 회로설계기술이 뒷받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몇 가지 조건들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제품으로 꾸민 어느 오디오 동호인 음악실

 

사운드포럼 풀 시스템은 스피커의 토인 없이도 자연스러운 현실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악기의 위치가 낱낱이 파악되는 것은 물론이요, 전후좌우상하의 입체적인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사실적인 공간감이 ‘자연스러운 소리’에 합당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운드포럼사운드’는 스피커 유닛이 바라보이는 정면뿐만 아니라 그 외의 어느 위치에서 들어도 연주회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 이러한 표현력이야말로 웨스턴사운드가 추구했던 ‘자연스러움’이라는 형용사에 합당한 것이리라.(2005년 11월.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