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이야기 (14) -오디오 케이블은 허상이 아닌 과학

펜보이 2007. 12. 9. 10:26
 
     
 

오디오케이블은 ‘허상’이 아닌 ‘과학’

 

신항섭(미술평론가)


지금 오디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각종 오디오케이블은 얼핏 잡아도 수백 종에 달한다. 가히 오디오케이블 춘추전국시대다. 오디오케이블을 생산하는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오디오기기 메이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오디오케이블이 시스템 구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다. 실제로 오디오케이블 시장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시장이 존재하고 또 오디오케이블이 오디오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기존 오디오메이커 또한 자신의 제품에 맞는 케이블을 생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오디오기기 메이커에서 케이블을 생산하는 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보다 이상적인 재생음악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서인지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지 이처럼 오디오케이블에 대한 관심 및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디오케이블이 반드시 긍정적인 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법하다. 왜냐하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오디오케이블 중에는 음악신호를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순수한 동선으로 제조된 오디오케이블만 하더라도 제조회사에 따라 소리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오디오케이블이 동일한 재질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다양한 소리의 성향을 가졌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신호를 왜곡할 가능성을 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오디오 메니어들은 최상의 매칭 또는 최상의 성능을 보장하는 최적의 케이블을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척한다. 어떻게 보면 낭비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거금을 들이는 메니어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한 번 오디오케이블의 효과를 경험한 메니어일수록 그로부터 헤어나기 힘들다. 이 또한 기기를 선택하고 매칭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기나긴 오디오의 여정의 일부인 것이다.  

그렇다. 오디오케이블을 선택하는 데는 오디오기기 선택하는 일만큼 힘들고도 지루한 일일 수 있다. 오디오케이블 가격이 아무리 비싸고 또 성능이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오디오기기와의 매칭의 과정을 피할 수 없기에 그렇다. 다시 말해 오디오기기의 성향에 따라서도 케이블에 대한 호불호가 결정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메니어에 따라서는 케이블의 효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이른 바 새로운 제품에서 느끼는 업그레이드 효과가 길어야 보름, 빠르면 대엿새에 그칠 뿐, 시간이 지나면 결과적으로 ‘그게 그거’라는 얘기다. 이런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메니어는 어쩌면 좀 더 나은 소리를 찾아나서는 바꿈질과 매칭의 수렁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행운아일 수 있다. 아니면, 천상의 소리라고 표현되는 그 자신의 이상적인 재생음의 그 황홀한 경지를 아예 포기한 상태의, 소박한 음악애호가일 것이다. 

오디오란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취미성이 강한 음악감상 도구다. 따라서 설령 오디오케이블이 음악신호를 왜곡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그 뿐이다. 단지 음악 그 자체만을 탐닉한다면 그 어떤 케이블이든지 문제될 것 없다. 보급기 수준의 오디오기기면 음악을 듣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한 번 양질의 하이엔드가 만들어내는 재생음악을 듣고 나서 그에 대한 환상과 유혹을 뿌리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차갑고 깨끗한’ 표현으로 요약되는 하이엔드오디오의 소리에는 확실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있다. 그런 유혹의 소리에는 파워케이블을 비롯하여 인터케이블, 그리고 스피커케이블도 한 몫을 한다. 이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자 현실이다.

오디오케이블은 오디오기기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신호를 다른 기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그 음악신호를 전달하는 것은 전기이다. 따라서 하이엔드 기기에는 양질의 전기가 필수적이다. 어쩌면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야말로 하이엔드기기의 처음이자 핵심인지 모른다. 하이엔드 재생음이란 결과적으로 전기의 역할이기에 그렇다. 이렇게 보면 회로설계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오디오케이블의 품질개선이 선결문제가 아닌가싶기도 하다.

하지만 오디오케이블의 문제 이전에, 전자기기를 움직이는 전기 자체의 품질이 여러 가지 내외적인 조건에 따라 그 내용이 일정치 않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의 질 자체가 나쁘다던가, 전기를 전송하는 선재의 불량, 또는 품질이 낮은 콘센트 따위로 인한 전도경로가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오디오기기에 양질의 전기가 공급될 수 없는 것이다. 전기의 품질이 떨어지면 각종 오디오기기 또한 직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아무리 비싸고 성능이 우수한 하이엔드 기기라고 할지라도 품질 나쁜 전기를 공급받게 되면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오디오를 통한 우수한 재생음악의 출발은 일차적으로 우수한 전기 공급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너레이터라든가 차폐트랜스 따위의 별도의 전원공급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양질의 즉, 균질한 품질의 전기를 통해 오디오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상승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오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케이블을 포함하여 오디오기기를 연결하는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각종 오디오케이블에 대한 연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데, 그 성과물로서의 뛰어난 성능의 선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재 하나가 하이엔드오디오 단품 기기 가격과 같거나 상회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일부에서는 고가의 선재를 사용하는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일도 없지 않으나, 민감한 시스템에서 선재가 음질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해본 메니어라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데 적극 동의할 것이다. 어쩌면 오디오케이블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자체의 오디오시스템이 민감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디오음을 분석적으로 듣는 훈련이 안되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지 오디오케이블의 효과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스템 자체가 예민해야 한다.

예민한 시스템이란 일차적으로 해상도가 우수해야 하고, 음의 분리도를 비롯하여 정위감 및 공간감 그리고 잔향이 좋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스템이라면 이미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능이 보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 자체로서 이미 이상적으로 여기는 하이엔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라면, 그 어떤 오디오케이블을 걸더라도 그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적어도 음질변화에 둔감한 메니어가 아니라면 말이다.

반면에 이러한 조건들이 미흡한 시스템이라면 오디오케이블의 교체에 따른 음질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령 빈티지 성향의 시스템에서는 아무래도 케이블 교체로 인한 음질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빈티지 시스템은 하이엔드 성향과는 다른 데서 그 존재가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빈티지 시스템은 ‘클린 앤드 클리어’로 요약되는 하이엔드오디오의 조건과는 상이한 음향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가의 단품에 비교되는 정도의 케이블 가격이라면 소스기기나 프리 및 파워앰프 따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음질향상에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기기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할지라도 역시 오디오케이블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고가품을 외면하거나 아예 보급품 수준의 오디오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으로나 음질향상을 위해 타당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디오기기가 만들어내는 음향신호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으로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오디오케이블의 기능이자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무명 제품들이 과연 음향신호를 전달하는 데 충실한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오디오케이블 메이커든지 간에 목표는 하나, 오디오기기에서 재생하는 음악신호를 가감 없이, 즉 착색이나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작 메이커가 다른 다양한 종류의 케이블을 사용해보면 종류만큼이나 그 소리의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런 차이야말로 취미성이 강한 케이블메이커의 존재이유이자 생존전략인지 모른다.

동일한 오디오시스템에서도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A라는 메이커의 케이블이 전하는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B라는 메이커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소리의 질을 분별하는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오디오기기나 오디오케이블의 선택에는 오직 취향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디오케이블에 따라서는 착색이나 어느 특정 대역을 강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케이블은 어느 면에서 음향신호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케이블 자체의 물리적인 특성에 의해 기기가 만들어내는 음향신호에 어떤 특이한 성향의 색깔을 첨가하거나 왜곡, 또는 기능적인 저하를 초래한다면 결코 좋은 오디오케이블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오디오케이블에 따라서는 그 물리적인 성능이 떨어져 해상력이 저하되거나 전체적인 대역폭이 좁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의 밸런스를 깨뜨려 어느 특정 대역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물리적인 특성이 열등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품을 구입하는 메니어가 있고 보면, 여전히 취미성의 문제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필자는 관음음향의 새로운 레이블인 “시웨이브”에서 개발한 파워케이블 및 스피커케이블을 사용해보고, ‘선재는 과학이다’라는 사실을 거듭 실감하고 있다. 필자는 ‘시웨이브’의 파워케이블을 사용해보고 오디오사이트를 통해 이미 두 차례의 시청기를 올린 적이 있다. 시청기에서도 밝혔듯이 ‘시웨이브’의 파워케이블은 6N의 고순도 동선을 사용하여, 전기 자체의 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 노이즈를 제거하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기가 전선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전기의 질적인 열화를 가져오는데, 진동을 차단함으로써 동시에 노이즈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시웨이브에서는 이러한 작용을 하는 특수 합금을 반지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파워케이블의 암놈 컨넥터 안쪽에다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에 대한 효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시스템에 연결하는 순간 그 확연한 변화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제품에 관해서는 오디오잡지에서 소개된 일이 있는데, 당시 평론가들의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최고의 점수를 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선외에 놓은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평론가들의 평가여부를 떠나 ‘노이즈제거’라는 신기술이 적용된 파워케이블의 특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재질에 따른 어떤 특이의 성향이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고순도 동선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다 노이즈를 제거한 형태이니, 당연히 그에 맞는 소리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한마디로 노이즈가 없는 전기를 공급받은 오디오에서 일어나는 소리의 변화는 우선 배경이 깨끗해졌다는 점이다. 배경이 깨끗해지다 보니 악기의 위치가 선명해지고, 해상력이 증가하였으며, 공간감은 물론이요, 잔향성분이 늘어났다. 이 정도면 신기술의 성과를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음색이나 특정 대역이 강조되는지 여부의 일반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이 파워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노이즈제거라는 신기술의 효과는 의심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시웨이브에서는 다시 또 다른 두 가지의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을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파워케이블은 전기형식승인 문제로 시판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현재 스피커케이블만 상용화한 상태이다. 스피커케이블을 대여해 10여 일간 집중적으로 시청에 들어갔다. ‘실버’와 ‘골드’ 두 종류의 스피커케이블을 번갈아 들어가며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변화를 면밀히 체크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새로운 스피커케이블을 시스템에 걸고 단지 1분도 채 안 돼 이전과 다른 성향의 소리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만큼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특수금속 링을 끼우는 형태의 기존의 기술에다, 마이너스 156도의 초저온 처리, 그리고 고온저압이온주입기술을 동시에 적용시킨 3미터짜리 스피커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관음음향 시청실에서 2백만원이 넘는 C사 제품과 비교를 했는데 너무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모든 면에서 시웨이브의 제품이 압도했다. 이건 단순히 선재의 재질을 바꾸고, 진동을 억제한다든가, 새로운 형태의 차폐방식, 그리고 외피에 신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기술의 진보가 아니다. 선재의 전도율에 관한 새로운 이론의 적용에 의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과학적인 성과인 것이다.          

먼저 초저온 처리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다. 이 기술은 선재류를 일정한 시간 동안 초저온 냉장고에 넣어 전도율을 높이는 기술인데, 그 실용적인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초저온 처리 기술은 국내 오디오 분야에서도 상용화하고 있다. 전기 제품에 쓰이는 휴즈를 초저온 처리를 했을 때 음의 명료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선재류나 심지어는 진공관에도 이를 적용한 예가 있는 모양인데, 진공관의 경우 수명이 짧아진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재질에 따른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초저온 처리 기술을 요약하면 이렇다. 영하156도의 초저온에 노출시키면 초전도현상이 일어나 전도율을 극대화시킬 뿐만 아니라, 금속이 강하고 탄력 있게 변화하며, 자성이 강하게 복원된다고 한다. 이는 분자구조의 변화, 즉 무질서하던 분자구조가 촘촘해져 그에 따른 음질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저온 처리를 했을 때 재질 자체의 특성변화에 따른 음질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초저온 처리를 한 오디오케이블의 경우 소리가 맑아지고 탄력이 붙으며, 배경이 깨끗해지는 따위의 음질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반응이다. 필자도 관음음향에서 비교시청을 한 일이 있는데,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온주입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용화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반도체의 제조공정에서 쓰이는 이온주입은 고온처리방식이라고 하는데,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면에 관음음향에서 적용하고 있는 이온주입은 저온처리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처리시간이 아주 길다. 오디오케이블의 경우 대략 7일정도의 장시간이 요구된다고 한다. 이처럼 시간이 길어지는 대신에 어떤 소재이든지 간에 물질 자체에 아무런 변질도 가져오지 않는다.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단지 원자 결정구조의 배열을 규칙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고압저온이온주입기술’이라는 명칭으로 요약되는데, 그 이론적인 배경은 다음과 같다.

‘모든 금속은 제조과정에서 열처리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원자 결정구조에 슬립slip이 발생하여 일부 결정구조 배열이 불규칙하게 된다. 이런 상태의 금속에 ‘고압저온이온주입기술’을 적용하면 뒤틀려진 결정의 배열을 규칙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오디오케이블에 특정 이온을 다량 주입하여 금속 원자의 결정 배열상의 결함을 최대한 메꿈으로써 자유전자의 이용도가 높아져 신호전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신호전달 속도의 향상’이다. 필자는 전기 분야에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어 자세히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나, 여기서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신호전달 속도의 향상’은 자유전자의 활동이 원활해져 전기저항치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는 뜻이 아닐까싶다. 다시 말해 금속 원자의 결정 배열상의 결함이 메워진다는 것은 저항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그로 인해 전기의 전달속도, 즉 음향신호의 전달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유추가 맞는 것인지는 자신할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청각적으로 기존의 케이블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디오메이커 중에서 골드문트 제품이 속도의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빠르다고 하는데, 필자 또한 몇 차례의 골드문트 제품 시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온을 주입한 스피커케이블만으로 골드문트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만큼의 빠른 응답특성을 가능케 한다면, 이건 확실히 획기적인 신기술임에 분명하다. 골드문트 제품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없더라도 조금만 민감한 귀라면 속도의 변화를 충분히 분별할 수 있기에 그렇다.

시웨이브에서는 3미터짜리 ‘실버’와 ‘골드’ 두 종류의 스피커케이블을 개발했는데, 모두 후루텍의 6N 동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버’와 ‘골드’는 선재에서부터 단자에 이르기까지 재료상의 차이가 있다. ‘실버’의 경우 선재의 굵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6N의 무산소동선에다 단자는 역시 후루텍의 금도금한 순동재질이다. 반면에 ‘골드’는 좀 더 굵기가 클뿐더러 6N의 무산소단결정동선에다 단자도 무산소동선에 로듐도금을 했다. 물론 익스펜더 또한 차이를 두었다. 그런데, ‘골드’의 경우에는 또 하나의 기술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즉, 스피커에서 나타나는 고역과 중저역간의 음향신호의 반응속도 차이, 즉 시간차이를 일치시켰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층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사실 오디오 음질 평가항목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억지가 없다’ ‘무리가 없다’ ‘사실 같다’ 따위로 서술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시청을 하면서 이 두 선재의 특징 및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골드’는 재료의 차이 때문인지 ‘실버’와 비교해 더 맑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소리의 격조라는 면에서도 역시 한 수 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메니어들은 선택의 문제에서 고민하기 마련이다. 자금이 풍족하다면 까짓 고민할 일없이 고가의 제품을 사면 그뿐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꿈꾸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신기술이 적용된 시웨이브의 스피커케이블 두 종류는 기존의 타사 제품들과 다른 성향을 보여준다. 위에 열거했듯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여러 가지 소리의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지는 것은 속도감이다. 일반적인 케이블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속도의 증가에 필자도 당황할 정도였다. 이론적인 배경을 들으면서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기대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골드문트가 다른 메이커들의 제품과 다른, 보다 빠른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얼마만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했을 것인지 상상해보자. 그런데, 단지 스피커케이블 하나로 골드문트가 얻은 기술에 필적하는 빠른 반응속도를 실현했다면,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기타 또는 피아노와 같은 독주악기가 빠르게 연주할 때 느끼는 속도감은 한마디로 오디오적인 쾌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 다음에 깨끗한 배경과 잔향이다. 비온 다음 날 아침 맑게 갠 하늘과 마주했을 때의 그 청량감을 연상케 하는 깨끗한 배경에서 번져나가는 잔향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악기의 잔향을 통해 ‘아름답다’는 말을 신음처럼 토했다. 이는 어떤 소리의 색깔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맑은 공기만이 만들어낼 수 없는 티 없는 소리의 진면목을 실감하게 된다. 배경이 깨끗하다보니 암소음이 증가한다. 볼륨을 조금 높이면 연주자의 호흡이나 옷 스치는 소리까지 들린다. 물론 라이브녹음일 경우에는 암소음이 보다 실제적으로 들려 마치 연주회장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정위감이 좋다. 실내악은 물론 대편성 관현악의 경우에도 악기의 위치가 명료하게 떠오른다. 오페라의 경우 가수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재즈의 경우에는 악기의 존재감이 입체적으로 파악된다. 전후는 물론 앞뒤의 차이가 감지되는 것이다. 이 역시 배경이 깨끗한 데서 비롯되는 효과의 하나인 것이다. 배경이 깨끗하고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린다는 것은 임장감, 즉 실제의 연주회장을 옮겨온 듯싶은 공간감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무대공간이 이전보다 한층 실제적이면서도 보다 넓고 깊고 높게 확장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밸런스가 좋아지고 대역폭이 넓어진 듯하다. 이런 느낌이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경이 깨끗해지고 밸런스가 좋아지는 것은 전기의 진동에 의한 노이즈를 제거한 결과이다. 여기에다 원자 배열구조가 규칙적이 되고, 자유전자의 활동이 원활해지는데다 저항이 줄어듦으로써 신호전달이 매끄러워진다면 밸런스가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듯싶다. 고역이나 중역 그리고 저역에 에너지가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밸런스가 평탄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결과인지 청감상 전대역의 밸런스가 상당히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계측기 상의 문제를 떠나 청감상 그렇게 들린다.

그리고 힘이 증가한다. 이는 속도와 관계된 문제일 듯싶은데, 속도가 빠르고 음이 명료하다면 악기의 맺고 끊음이 분명해져 힘 있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싶다. 느슨할 때보다 빠를 때 힘이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덧붙여 다이내믹스도 좋아진다. 속도가 빠르고 밸런스가 좋은 데서 오는 결과인데, 고역과 저역을 오르내리는 빠른 반응에서 오디오적인 쾌감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장점을 열거하고 보니,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마법의 케이블이 아닌가싶다. 적어도 이제까지 들어온 스피커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비교해 확실히 몇 단계 상승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케이블도 이제는 오디오기기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컴포넌트로서 자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과는 결코 과장이 아니고, 오직 과학의 진실일 따름이다.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