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黎明
아주 욕심 많은 보석장수가 있었다. 보석장수는 큰 부자이면서도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궁리했다. 욕심 많은 보석장수는 작은 마을만 골라 다니며 보석을 팔았다. 시골 사람들은 속이기 쉽기 때문이었다. 착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가짜 보석을 팔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가짜를 진짜로 알고 사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인간들’이라고 혼자 속으로 비웃기조차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밤, 욕심 많은 보석장수가 먼 마을로 가짜 보석을 팔러 간 사이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큰 자루에다 보석을 몽땅 쓸어 담아 가지고 유유히 욕심 많은 보석장수의 집을 나섰다. 도둑은 욕심 많은 보석장수가 가짜 보석을 팔러 먼 마을로 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둑은 신이 났다. 아주 먼 도시로 가서 예쁜 색시를 얻고 부자로 행세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도둑이 마을을 벗어나 고개를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까마귀 떼가 나타나 보석을 훔쳐 가지고 달아나는 도둑의 뒤를 좇기 시작했다. 그 중 힘이 제일 센 대장 까마귀가 도둑이 메고 가는 자루를 입으로 쪼아 구멍을 냈다. 그러자 구멍 뚫린 자루에서 보석이 빠져 땅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보석을 한 무리의 까마귀들이 물어 가지고 날아가고, 다른 무리의 까마귀들은 보석 대신에 돌멩이를 물어다가 도둑의 자루를 채웠다.
도둑은 보석이 자루에서 보석이 빠져나가는 줄도 모른 채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넘고 있었다. 이윽고 자루에 든 보석을 모두 빼낸 까마귀들은 대장을 따라 멀고 먼 동쪽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보석을 입에 문 까마귀들의 행렬은 별빛에 비쳐 마치 은하수처럼 보였다. 까마귀들은 육지를 벗어나 바다 위를 밤새 날아서 백도白島에 이르자 입에 물고 있던 보석을 일제히 바닷물에 떨어뜨렸다. 별빛에 비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알갱이들은 맑은 바람소리를 내면서 깊은 어둠에 잠겨 있던 바다를 흔들어 깨웠다.
바다가 깨어나는 소리에 눈을 뜬, 동쪽 먼 바다에 잠자고 있던 해님이 서둘러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환상적인 바위섬 백도가 어둠을 거두면서 서서히 그 신비한 자태를 바다 위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초롱초롱 빛나던 별들이 찬찬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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