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37) - 해일

펜보이 2007. 7. 18. 06:40
 


  해일 海溢

 

  어느 바닷가에 오두막집에 착한 어부가 살고 있었다. 어부는 할아버지 때부터 바닷가에 살면서 고기잡이를 해온 탓에 어려서부터 고기잡이를 배웠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어부의 부부는 금슬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틈만 나면 함께 고기잡이를 나갈 정도였다.     남편을 아내가 힘든 고기잡이에 따라나서는 것을 극구 반대했으나 젊은 아내는 집안 일이 많지 않으니 함께 따라 나가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함께 고기잡이를 나가곤 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도 어느덧 세 해가 지날 무렵 귀여운 딸이 태어났다. 어부는 딸이 건강하게 커 가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에서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다. 딸은 건강하게 성장하여 달덩이처럼 복스럽고 아리따운 처녀가 되었다. 딸은 몹시 총명해서 아들을 가진 이웃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며느리로 삼아야겠다며 탐내고 있었다. 어부는 딸을 끔찍이 사랑해 줄 수 있는 건강하고 부지런한 총각을 사위로 삼아야겠다며 이리저리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딸은 아빠와 함께 고기잡이를 가고 싶다고 했다. 어부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지만 딸은 한사코 고기잡이 구경을 하겠다며 졸랐다. 어부는 사랑하는 딸의 청을 물리칠 수가 없어 날씨가 청명한 날, 딸의 소원대로 함께 고기잡이를 나갔다. 그날 따라 어쩐 일인지 유난히 고기가 잘 잡혔다. 어부는 속으로 딸이 복이 많아 그런 모양이라며 기뻐했다.

  해가 질 무렵에야 고기잡이를 마친 어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노를 저어 집으로 향했다. 바닷가에 있는 오두막집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서쪽 하늘에 검은 구름이 뒤덮이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돌풍이 몰아치는 것이었다. 이어 집채 만한 풍랑이 일었다.

  부녀를 태운 조그만 고기잡이배는 제멋대로 흔들렸다. 두 부녀가 힘을 모아 필사적으로 노를 저었지만 배는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커다란 풍랑이 조그만 고기잡이배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어부 부녀는 배에서 튕겨 나와 바닷물에 빠지고 말았다. 잠시 후 부녀의 모습은 집채 만한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 때 마침 갑자기 검은 구름이 일어 걱정되어 밖으로 나왔던 어부의 아내가 이 광경을 보았다. 어부의 아내는 남편과 딸을 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래도 혹시나 남편과 딸이 살아오기를 기다리며 밤낮 집 앞에서 바다를 쳐다보며 울며 지냈다.

  이 소식을 들은 바닷물고기들은 물위에 떠도는 두 부녀의 시신을 찾아 바닷가 어부의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물고기들은 어부의 집으로부터 아주 먼 바다에서 두 손을 꼭 잡은 채 떠도는 부녀를 찾아냈다. 잠시 후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은 일제히 지느러미를 힘차게 저었다. 그러자 바닷물은 커다란 물이랑을 만들면서 부녀를 바닷가 집 쪽으로 밀어내는 것이었다.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힘차게 저어 만든 커다란 물이랑은 마침내 어부의 아내가 울고 있는 바닷가 어부의 집 앞마당으로 부녀를 힘껏 밀어다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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