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34) - 만조

펜보이 2007. 7. 12. 22:16
 

  만조 滿潮

 

  바닷가에 조그만 초막을 짓고 홀로 사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집 앞 갯벌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소금 만드는 일은 조상 대대로 해온 가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소금 만드는 일을 돕기 시작한 이래 평생 다른 일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욕심이 없는 할아버지는 소금을 만들어서 일부는 시장에 팔고 일부는 소금조차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좋은 일만 하는 할아버지도 나이가 들면서 소금을 만드는 일이 힘겹게 되었다. 더구나 세월이 흐르면서 바닷물이 점차 줄어들어 소금을 만드는 염전은 바닷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 그래서 소금을 만드는데 필요한 바닷물을 물통에 져 나르는 일은 날이 갈수록 힘들게 됐다.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닷물을 져 나르는 횟수마저 줄어들면서 염전에 채우는 바닷물의 양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가는 머지않아 더 이상 소금을 만들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노인으로서는 살만큼 살았으니 죽어도 서러운 일이 아니었으나, 소금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사람들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소금 생산량이 적다 보니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소금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용왕은 신하로부터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다. 용왕은 신하에게 시켜 노인의 염전에 바닷물을 채워주도록 일렀다. 신하는 곧바로 커다란 고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고래들에게 꼬리로 물장구를 치도록 했다. 수 만 마리 고래들이 일제히 물장구를 치자 바닷물은 서서히 바닷가로 밀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노인의 염전을 넘치도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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