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35) - 밀물

펜보이 2007. 7. 14. 09:14
 

  밀물 漲潮

 

  어느 바닷가 마을에 마음씨 곱고 착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병약한 아버지와 단 둘이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조그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질을 해서 고기를 잡았고, 소녀는 바닷가에서 게나 소라 조개 따위를 잡아다가 시장에 나가 팔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몸져눕게 되었다. 소녀는 정성을 다해 아버지의 병 수발을 했다. 마을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어다가 정성껏 달여 드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는 금세 호전되지 않았다. 한의원은 아버지 병에는 예로부터 영험한 약초로 전해오는 하얀 꽃이 잘 들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소녀는 어디에 가면 그 영험한 하얀 꽃을 구할 수 있을까 물었지만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녀는 아버지가 걱정되어 거의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소녀는 지난밤에도 고통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잠이 들자 소녀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꽃잠에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꿈을 꾸었다. 소녀는 울면서 영험한 하얀 꽃을 찾아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얼마만큼 갔을까,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는 어느 깊은 숲에서 이르렀을 때 불쑥 백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백발에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은 울고 있는 소녀에게 무슨 걱정되는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소녀는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는 약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백발의 노인은 소녀에게 따라오라면서 앞서 갔다. 백발의 노인은 바닷가 절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바닷가 절벽은 소녀의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백발의 노인은 수직절벽을 새처럼 아주 가볍게 올라가더니 중간쯤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소녀는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분명히 꿈이었는데도 방금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너무도 선명했다. 소녀는 꿈에서 본 대로 배를 타고 바닷가 절벽으로 갔다. 그리고 백발의 노인이 사라진 곳을 보았다. 정말 그 곳에는 꿈에서 보았듯이 이름 모를 하얀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기사회생한다는 영험한 약초였다. 그러나 하얀 꽃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곳에 피어 있었다. 소녀는 하얀 꽃을 안타깝게 올려다보며 울고 말았다.

  마침 물 밖으로 나들이를 나왔던 용왕이 소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용왕은 소녀가 아버지를 위해 약초를 구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신하에게 바닷물을 가득 채우라고 일렀다. 신하는 바닷물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녀가 탄 배가 점점 높아지더니 마침내 하얀 꽃이 피어있는 곳 가까이 이르렀다. 소녀는 까치발을 딛고 어렵지 않게 하얀 꽃을 꺾을 수 있었다.

'우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꿈 (37) - 해일  (0) 2007.07.18
나비 꿈 (36) - 썰물  (0) 2007.07.16
나비 꿈 (34) - 만조  (0) 2007.07.12
나비 꿈 (33) - 달무리  (0) 2007.07.11
나비 꿈 (32) - 반달  (0) 200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