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月暈
하늘나라에 춤을 빼어나게 잘 추는 한 선녀가 살고 있었다. 선녀는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선녀가 춤을 추면 아름다운 모습에 누구나 넋을 잃을 정도였다. 선녀는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듯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한 자태로 춤을 추었다.
선녀는 춤을 좋아하는 옥황상제는 물론이요, 신하들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다. 축제가 있을 때면 으레 선녀가 춤을 추었다. 궁궐에 사는 이들은 한결 같이 축제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선녀의 춤을 구경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달이 휘영청 밝은 여름밤이었다. 춤 잘 추는 선녀는 다른 선녀들과 함께 목욕하러 지상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찾아들 수 없는 아주 깊고 깊은 숲 속에 있는 맑은 계곡 물에서 목욕을 하고 난 선녀들은 춤 잘 추는 선녀에게 춤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춤 잘 추는 선녀는 기꺼이 응했다.
마침 목욕을 했던 소(沼) 옆에는 널따란 바위가 있었다. 춤 잘 추는 선녀는 바위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 잘 추는 선녀의 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게 보였다. 다른 선녀들은 궁궐에서 출 때보다 지상에서 추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는 사실에 황홀했다. 춤 잘 추는 선녀자신도 궁궐에서 출 때보다 더 신이 났다. 계곡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춤 잘 추는 선녀의 춤은 마치 꽃을 희롱하는 나비처럼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춤을 추던 선녀가 갑자기 넘어졌다. 바위 한 곳에 조그맣게 솟아난 돌부리에 걸렸던 것이다. 춤 잘 추는 선녀는 일어나지 못하고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었다.
그 이후 춤 잘 추는 선녀는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물론 궁궐에 있는 모든 이들이 춤 잘 추는 선녀의 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다리를 다친 춤 잘 추는 선녀는 이제 외톨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춤 잘 추는 선녀를 기억하는 이들도 드물었다. 다만 친구 선녀들만이 춤 잘 추는 선녀를 위로해 줄뿐이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춤 잘 추는 선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아름다운 계곡에서 춤추던 순간을 떠올리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는 했다. 그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 춤을 추었던 아름다운 계곡 물에 떨어졌다. 그러자 계곡의 소(沼)에서 아주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그 안개가 하늘로 올라가 보름달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때 다른 선녀들이 일제히 보름달을 에워싸면서 강강술래를 추기 시작했다. 옅은 안개를 날리며 보름달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선녀들의 강강술래를 보는, 춤 잘 추는 선녀의 눈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또 옅은 안개가 되어 달을 감싸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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