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32) - 반달

펜보이 2007. 7. 9. 22:33
 

  반달 半月

 

  어느 산골 마을에 도술에 능한 한 도인이 살고 있었다. 도인은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을 만큼 도술이 뛰어났다. 도인에게는 아주 어여쁜 쌍둥이 딸이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딸들이었지만 자매끼리 무슨 일이든지 서로 지지 않으려고 다투기 일쑤였다. 무엇 하나 서로 양보하는 일이 없었다. 도인은 쌍둥이 딸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일이 걱정되었다. 도인은 어떻게 하면 딸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나의 묘안을 짜냈다.

  도인은 두 딸을 불러놓고 ‘한 달 후면 내 생일인데 선물로 흑백이 함께 하는 예쁜 꽃 모양의 수를 함께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하얀 비단실과 검은 비단실을 주었다. 쌍둥이 딸들은 그 날부터 매일같이 수틀에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수를 놓기 시작했다. 무슨 일에나 결코 지기 싫어하는 쌍둥이 딸들은 말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수를 놓는 일에만 열중했다. 아버지 생일날까지 수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 싸울 틈이 없었다.

  그렇게 애쓴 덕분에 한 달 만에 흑백의 비단실로 된 꽃 모양의 아름다운 수가 만들어졌다. 쌍둥이 딸들은 자신들이 애써 만든 꽃 모양의 수를 아버지의 생일날 아침 선물로 드렸다. 모란꽃을 닮은 비단 수의 절반은 하얀색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이었는데 누가 보아도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모란꽃을 닮은 흑백의 꽃은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도인은 몹시 기뻐하며 모란꽃 모양의 수를 안뜰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다. 나뭇가지에 걸린 수는 정말 살아 있는 꽃처럼 보였다.

  그 날 밤 도인은 쌍둥이 딸들 몰래 꽃 모양의 수를 모두 풀어버렸다. 다음 날이었다. 쌍둥이 딸들은 수의 실이 모두 풀려 꽃 모양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사실을 알았다. 쌍둥이 딸들은 크게 낙심했다. 무엇 때문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쌍둥이 딸들은 아버지에게 드린 선물이 망가졌으니 새로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도인의 쌍둥이 딸들은 그 날부터 다시 머리를 맞댄 채 수를 놓기 시작했다. 한 달 후에는 다시 모란꽃 모양의 수가 만들어졌고 다시 아버지에게 드렸다. 그러나 도인은 또다시 쌍둥이 딸들 몰래 수를 풀어버렸다. 도인의 쌍둥이 딸들은 힘겨운 일이었으나 다시 수를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일이 매달 계속되면서 쌍둥이 딸들은 마침내 싸우는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꿈 (34) - 만조  (0) 2007.07.12
나비 꿈 (33) - 달무리  (0) 2007.07.11
나비 꿈 (31) - 낮달  (0) 2007.07.09
나비 꿈 (30) - 얼음  (0) 2007.07.08
나비 꿈 (29) - 성에  (0) 200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