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30) - 얼음

펜보이 2007. 7. 8. 23:00
 

  

  얼음

 

  옥황상제에게는 그림같이 어여쁜 딸이 있었다. 옥황상제는 딸이 아무 탈없이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신하들은 물론 모든 백성들도 마치 모란꽃처럼 빼어난 고운 공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리고 아기를 가진 여인들은 한결같이 옥황상제의 딸처럼 예쁜 딸을 낳아달라고 기원했다. 옥황상제의 딸은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마음씨 또한 비단결처럼 고왔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약을 구해주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했다.

  그처럼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하고 어여쁜 옥황상제의 딸도 마침내 시집 갈 때가 되었다. 옥황상제는 아주 건실한 신랑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했던가. 뜻밖에도 그처럼 어여쁘고 마음씨 고운 옥황상제의 딸이 그만 이상한 병에 걸리고 말았다. 날이 더우면 견딜 수가 없는 병이었다. 도무지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 옥황상제는 용하다는 명의를 모두 불러들였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자 옥황상제의 딸은 갈수록 야위어만 갔다. 옥황상제는 딸을 위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때 한 신하가 여름동안만 지상으로 보내 살게 하는 방법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지상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어 마침 하늘나라가 여름이면 지상은 겨울이니 해결책이 되리라는 얘기였다.

  옥황상제는 딸을 곁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슬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옥황상제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강산에다 딸이 기거할 수 있는 집을 지으라고 말했다. 신하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고 깊은 골짜기에다 공주가 여름동안 머물 집을 지었다. 대신에 아름다운 금강산을 한눈에 내다 볼 수 있는 재료를 썼다. 물로 만든 투명한 수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겨울 한 철 금강산 속에는 맑고 깨끗하며 별처럼 아름다운 수정궁이 만들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공주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여름동안 차가운 수정궁에서 머문 탓에 병이 말끔히 나은 공주는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띠며 천상으로 되돌아갔다. 공주가 천상으로 떠나던 날 아름다운 수정궁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우화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 꿈 (32) - 반달  (0) 2007.07.09
나비 꿈 (31) - 낮달  (0) 2007.07.09
나비 꿈 (29) - 성에  (0) 2007.07.06
나비 꿈 (28) - 진눈깨비  (0) 2007.07.06
나비 꿈 (27) - 소낙비  (0) 200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