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14) - 별똥별

펜보이 2007. 6. 28. 16:09
 


  별똥별 流星

 

  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였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울었다. 엄마아빠는 아기가 잠든 사이에 밭일을 나가고 없었다. 아기는 아무리 울어도 엄마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제풀에 지쳐 울음을 그치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힘들게 마루를 기어내려 마당으로 나갔다.

  제힘으로 마루를 내려서 마당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기는 슬며시 겁이 나기도 했으나 스스로의 힘으로 마당에 나왔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아기는 우쭐해서 혼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그리고는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마침 마당 한 쪽에는 채송화며 봉숭아꽃이 활짝 피어 아기에게 보란 듯이 뽐내고 있었다.

  아기는 꽃들의 모양이 하도 신기해서 쓰다듬기도 하고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꽃들은 아기의 손길이 자신들의 얼굴보다도 더 부드럽다는 데 놀랐다. 마당가에 핀 꽃들은 모두들 고개를 돌려 아기가 마당 구석구석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기의 손길은 마침내 한창 여물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봉숭아 꽃 씨방에 닿았다. 아기는 꽃과는 다른 모양이 재미있어서 손끝으로 봉숭아 꽃 씨방을 살살 문질러 보았다. 하얀 털이 덮인 봉숭아 꽃 씨방은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꼬았다. 아기는 그 모양에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만 봉숭아 꽃 씨방을 쥐고 있던 손끝에 살짝 힘을 주었다.

  그 순간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 있던 봉숭아 꽃 씨방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열어 안쪽에 감쪽같이 숨겨놓은 깨알보다도 작은 까만 씨앗들을 사방으로 퉁겨내는 것이었다. 튕겨나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까만 씨앗들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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