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光
한 남자아이가 자기 조막만한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굴리는가 하면 손에 들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조약돌은 아주 동그란 모양이었다. 모난 데도 없고 패인 데도 없었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명주실 같은 금이 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남자아이는 그 실금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해서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명주실 같은 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남자아이는 지치면 쉬었다가 다시 조약돌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손에서 놓는 일이 없었다. 도무지 싫증을 내는 기색도 없었다. 그렇게 놀기 시작한지 몇 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남자아이가 가지고 노는 조막만한 조약돌은 손때가 묻어 점차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얼마나 또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아이 조막만한 조약돌은 이제 온통 까만색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럴 즈음, 남자아이는 조약돌에서 어떤 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는 것 같아 귀를 기울였다. 이제껏 아무리 귀 기울이고 들어보아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던 조약돌의 실금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전에 한 번도 들어 본 일이 없는 소리였다. 아니, 남자아이는 소리라고는 전혀 들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소리는 곱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남자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비단으로 감싸듯 아주 부드럽게 남자아이를 겹겹이 에워싸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갇힌 남자아이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남자아이가 잠이 들자 그 소리는 이번에는 손에 꼭 쥐고 있는 조약돌을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조약돌에 나 있는 명주실 같은 실금으로 스며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조약돌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 순간, 조약돌 안쪽에서 요괴의 요술에 걸려 갇혀 있던 총명한 금강석이 깊고 오랜 잠에서 막 깨어나며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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