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신항섭
퍼부어도 퍼부어도 끝내
허기질 뿐인 허망한 무게로
눈이 내린다
그리고,
눈조차 버거운 나뭇가지에
심란한 하늘이 얹힌다
그 무게로 기우는 세상
이런 날이면
세상사 분별심 지우는 눈발을
징검다리 삼아 저 숲 너머
산비탈에 꿈처럼 빗겨선
너에게 닿고 싶다
그런들,
힘껏 흔들어도 눈꽃 하나 걸리지 않는
이처럼 가벼운 빈한한 손이 정녕
너에게 무슨 소용이랴
그래,
무량한 하늘가를 떠도느니 차라리
너를 가슴에 묻고
천길 눈 속에 잠겨
폭설로나 울련다
'서정적인 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적인 운문 (12) - 겨울 숲 우화 (0) | 2007.09.30 |
---|---|
서정적인 운문 (11) - 길이 가고 있다 (0) | 2007.09.18 |
서정적인 운문 (9) - 가을비 (0) | 2007.09.14 |
서정적인 운문 (8) - 그대의 강 (0) | 2007.09.11 |
서정적인 운문 (7) - 세수 (0) | 200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