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소식

이런저런 소식 (5) - 올가, 이반 부부초대전

펜보이 2010. 3. 12. 09:25

 

 올가

 

이반, 올가 부부 초대전

 

극동러시아의 대자연과 일상적인 삶의 정서

 

신항섭(미술평론가)

 

극동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행 기차를 타면 2시간 남짓 거리에 우수리스크라는 도시가 있다. 시베리아에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초지와 논밭과 많은 나지막한 구릉지로 이어지는 우수리스크 주변은 한반도 풍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교포인 고려인들이 논농사를 지으며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던 곳이다.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독립하게 되자 고려인들은 다시 조상들이 살았던 우수리스크 일대로 모여들어 그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반

 

우수리스크는 독립적인 화가연맹이 존재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미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알렉산드르 꼬발 킴(작고), 알렉산드르 뜨카첸카 등 극동지역을 대표할 만한 화가를 배출했으며, 그 영향 아래 우수한 젊은 작가들이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우수리스크 지역 회화는 러시아화단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수리스크학파’로 불릴 만큼 우수리스크 화가들의 화풍은 그 고유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극동러시아 지역의 독특한 풍광, 즉 산과 바다와 섬으로 구성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힘이 넘치는 필치로 묘사함으로써 타 지역과는 다른 화풍이 성립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올가

 

이번 물파공간에서 열리는 ‘이반, 올가 부부초대전’은 우수리스크학파의 화풍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 부부는 우수리스크학파의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극동러시아 특유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는 우수리스크학파의 화풍을 선명히 부각시킨다. 물론 이반과 올가는 제재에서 서로 다른 양상이다. 이반은 극동지역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캄차카반도의 장엄한 산과 바다를 대상으로 하는 풍경화에 전념하고 있는 반면, 올가는 러시아인의 삶, 그 가운데서도 여성으로서의 삶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반

 

이반 니키칙의 풍경화는 시야가 넓고 구도가 힘차다. 어떤 특정의 물상에 대한 관심을 떠나 보다 넓고 먼 원경에 시선을 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풍경화는 극동지역 및 캄차카반도의 대자연 그 실상에서 느끼는 사실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충실하다. 하지만 차가운 객관적인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이상적인 세계관을 반영하는 회화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경외의 대상인 대자연의 신비와 놀라운 능력, 즉 인간을 왜소하게 만드는 그 엄청난 존재감은 물론이려니와 계절적인 변화에 따른 풍성한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느끼는 감동적인 표현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올가

 

그러기에 이반의 풍경화는 단순히 보이는 사실의 재현이라는 공식을 벗어나 자연미와 회화적인 가치가 조화시키는데 주력한다. 그의 풍경화를 보면서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풍경화는 광활한 땅을 영토로 하는 러시아인의 꿈과 야망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대변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반

 

올가 니키칙은 러시아 여성으로서의 일상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삶의 정경을 포함하여 극동지역의 소소한 풍경, 그리고 화가로서의 개인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제재로 한다. 실제보다 강조된 풍부한 색채와 사실성을 살짝 벗어나는 형태해석은 러시아인의 삶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특히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미려한 감성적인 표현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꿈과 사랑과 동경과 낭만의 감정을 야기한다.

 

올가 

 

어쩌면 러시아인의 삶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실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춥고 긴 겨울은 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 나타나듯이 서정적인 이미지는 다름 아닌 문학적인 상상력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단지 보이는 사실에 국한하지 않는 여성으로서의 꿈과 사랑과 동경과 낭만적인 감정을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하는 까닭이다. 올가의 그림에 표현된 내적 정서의 원천은 극동지역의 풍요로운 자연을 토양으로 하는 심미적인 관점에 근거한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통해 익힌 폭넓은 경험 및 시야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계기를 가져다줌으로써 보다 광활하고 비옥한 회화적인 환상의 세계를 일구고 있다.

 

<'올가, 이반 부부초대전'은 2010년 3월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물파공간(017-740-1747)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