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소식

이런저런 소식 (3) - 중국풍경전

펜보이 2010. 1. 21. 23:07

 

박용인 

 

중국풍경전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은 정서의 표현이다. 단지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사실적인 그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풍경화의 경우 정서적인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풍경을 보고 미적 감흥이 일어나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욕구의 단계에서 이미 화가의 감정이 개입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러 명의 화가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기법으로 그릴지라도 그림의 정서는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그림의 정서는 곧 화가 자신의 감정의 표출일 수 있기에 그렇다.

 

   김배히

 

뿐만 아니라 그림의 정서는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임과 동시에 국가나 민족적인 특성 또는 환경과도 결부된다. 가령 러시아 화가가 한국풍경을 그릴 경우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런 예는 그 동안의 경험에서 확인된 일인데, 마찬가지로 한국 화가가 러시아 풍경을 그릴 경우에도 다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공부한 한국 화가가 러시아 풍경을 그릴 경우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석조 

 

이번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중국풍경전>은 이런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서로 다른 표현양식 및 형식의 화가들이 중국풍경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전시를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중국풍경이라는 전제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결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기에 한국풍경을 그리듯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리라 생각된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풍경을 그릴 때 한국풍경에 익숙한 손의 감각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리고 정서적인 측면은 또 어떻게 표현될까. 이러한 의문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동기이다.

 

정우범 

 

화단에서는 그 동안 해외 스케치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과 관련한 내용으로 전시회를 연 경우는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국여행전은 대체로 특정 미술단체 또는 소수의 친분이 있는 화가들만의 전시회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떤 성격이 드러나는 전시회가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에 단지 여행을 기념하여 그 족적을 남기는 것으로 그 의미는 축소되기 십상이다.

 

장동문 

 

또한 <실크로드 기행전>과 같은 형태의 기획전시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의 해외여행전은 역시 유사한 작업을 하는 화가들만이 모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표현양식 및 형식이 다른 화가들에게 동일한 제재가 주어졌을 때 어떤 식으로 소화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종성 

 

이번 <중국풍경전>은 예상했던 대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표형양식 및 형식 그리고 기법이 다른데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풍경을 묘사하느라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자기만의 형식에다 중국풍경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기 형식으로 완전히 소화시켜 한국풍경이나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자기형식과는 달리 사실적으로 묘사한 경우도 있고,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단순화하고 왜곡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엄윤숙

 

이처럼 한국 화가들의 중국풍경화를 한 곳에 놓고 보니 중국 화가들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형식이나 기법은 물론이려니와 정서적인 면에서 완연히 다르다. 색채감각을 포함하여 형태해석 그리고 구도에서도 중국 화가들의 감각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아무리 중국풍경을 그렸다고 할지라도 역시 한국 화가들로서의 미적 감각을 숨길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중국미술애호가들에게는 중국풍경도 외국화가가 그리면 전혀 다른 인상의 풍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듯싶다.  

 

엄의숙 

 

정서가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은 환경 및 문화적인 차이에 기인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중국 화가들이 <한국풍경전>을 연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임순팔

 

소재 및 제재가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손에 익숙한 감각을 지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의 감각뿐만 아니라, 색채이미지 및 정서가 작품 속에 녹아들게 마련이기에 그렇다. 한국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중국풍경은 확실히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중국 화가들의 풍경화에 낯익은 눈에는 이런 차이가 명확하게 읽혀지리라고 본다. 어느 면에서는 중국풍경인데도 한국 화가들이 작품에서 거꾸로 이국적인 정서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중국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임호

 

이는 형식이나 기법과 더불어 정서적인 면이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준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다 역사적으로 오랜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옴으로써 문화적인 동질성이 많은데도 이처럼 차이가 크다는 것은 서구화가 빠른 한국의 생활환경에 의한 정서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중국풍경전>은 한국 화가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서로 성향이 다른 화가들이 동일한 제재의 작품을 할지라도 조형적인 감각 및 해석이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기에 말이다.

 

전시명칭 : 중국풍경전

전시기간 : 2010년 1월27일-2월9

장 소 : 토포하우스 <인사동 : 02-734-7555>

참여작가 : 박용인, 김배히, 이석조, 정우범, 장동문, 박종성, 엄윤숙, 엄의숙, 임순팔, 이임호, 공 타, 전봉열 등 12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