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가까이 하기

미술과 가까이 하기 (3) - 미술품 감상 및 구입 요령

펜보이 2007. 11. 11. 13:39
 

 미술품 감상 및 구입을 위한 요령


 

1. 미술의 이해 및 감상은 왜 필요한 것인가.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기 외적인 어떤 지각대상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발생시킨다.  크게 희로애락이라고 구분하는 다양한 감정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이외의 외적인 대상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지각하는 한편 어떤 특정의 방법을 통해 밖으로 드러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가 다름 아닌 예술이다.  예술은 인간의 내적인 감정, 즉 희로애락을 구분하여 지각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양된 인간 감정 및 의식을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예술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와 같이 자기 내면세계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어한다.  자기자신의 심인에 의해서건 또는 외적인 자극에 의해서건 고양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표현욕구를 충족시키는 표현행위가 모두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 및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예술가가 존재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는 대신에 예술가들이 생산해낸 예술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예술이 전문화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생산자와 수용자가 분리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고양된 미적 감정의 흐름 및 표현행위를 대신하는 예술가의 창조적인 생산물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얻게 된다.  바꾸어 말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고등한 동물다운 고상한 사고 및 행위를 유도하는 것이 예술이다.  여러 형태의 예술 중에서도 미술은 시지각에 직접 호소함으로써 감상하는 과정에서 그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감정이입이 수월하다.  더구나 미술을 감상하는데는 별다른 공간 및 시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현대에 와서는 미술을 일상적인 생활처럼 자연스럽게 도처에서 만날 수 있기에 그렇다.

  

2. 미술감상 어떻게 할 것인가.

 

  한마디로 미술감상에는 왕도가 없다.  가능한 한 많이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많이 봄으로써 미술품에 대한 시각적인 훈련이 이루어진다.  눈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미술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눈에 익숙해지면 감정이입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예술가가 창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사상 따위에 대한 생각을 거의 동일하게 체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어떤 대상이나 내적인 심인에 의한 미적인 감정 및 미의식을 밖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표현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서서히 높아지는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좋고 나쁨, 즉 수준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비평적인 안목은 비교감상을 통해 길러진다.  미술품은 시대에 따라 또는 재료에 따라 그리고 표현양식 및 형식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다가 어떤 특정의 미술양식이라고 할지라도 작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한 차이를 분별하면서 감상하게 되면 어느 것이 더 좋은지를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서로 비교함으로써 장단점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교감상을 위해 가장 좋은 전시회는 각종 공모전 및 그룹전이다.  공모전에서 특선 이상 상을 받은 작품과 입선한 작품에는 대체로 차이가 있게 마련이어서 그 수준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유명 중진, 원로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이 함께 출품하는 그룹전에서도 그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유명작가들의 작품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다른가를 유심히 살피다보면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림마다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술품 감상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술관이나 화랑을 찾아다니며 직접 감상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러나 집에서도 안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화집이나 미술관련 서적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방법은 아주 중요하다.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물론이려니와 전문적인 용어 및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술관련 책은 기초적인 상식을 포함하여 전문적인 용어, 재료 사용이나 표현기법 그리고 미학이론까지도 가르쳐 준다.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감상문도 있다.  이처럼 미술관련 전문서적은 미술품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방법을 가르쳐 준다.  미술작품을 분석적으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3. 구상미술과 추상미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구상이란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는 일체의 형상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눈에 보이는 사실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형태의 미술을 가리킨다.  그림이나 조각으로 재현된, 실재하는 사물의 이미지는 모두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주의 자연주의 인상주의 입체파 야수파 따위의 미술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추상미술은 일단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즉, 일상생활과 관련한 많은 경험에서 특수한 것이나 구체적인 것을 버리고 일반적이면서 개념적인 것에 도달하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각체험을 떠나서 감정 및 의식, 무의식이나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적인 효과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추상미술의 경우에는 대체로 내적인 감정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게 마련이다.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일이 많다.  또한 형태가 없는 대신에 정감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는 색채를 비롯하여 비재현적인 이미지의 일반을 가리킨다.

  그러나 기하학적인 이미지도 추상의 영역에 속한다.  그림의 경우 그것이 실재하는 사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색채나 그 밖의 다른 재료에 의해 무언가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하학적인 원 삼각 사각 따위의 평면적인 구성이나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그림도 추상의 영역에 속한다.  이들 기하학적인 이미지는 실재하는 형태가 아니라 인간의 지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이미지인 셈이다. 

  이렇듯이 내적인 감정을 비롯하여 의식, 무의식 또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적인 효과와 함께 인간의 지적조작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이미지는 추상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추상미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추상미술이라고 할지라도 조형적인 요소, 즉 점 선 면 색채 균제 비례 조화 통일 따위를 고려하여 작업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이해에는 어려움이 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는 훈련이 안 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구상미술을 통해 익힌 미적인 가치에 대한 분별력이 생기게 되면 추상미술 또한 거의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추상미술의 경우에는 어떤 정해진 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미적 감수성 및 감각에 의해 자유롭게 표현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면 역시 자유로운 정신 및 감정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구체적인 형태를 의식하지 않음으로써 미술품을 통해 자극되는 상상의 여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예술의 기능이 감정의 해방, 즉 마음의 정화를 맛보는데 있다면 자유로운 감정을 유도하는 추상미술이 주는 시각적인 쾌감이야말로 구상미술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4. 현대미술 어떻게 볼 것인가.

 

  현대미술은 구상과 추상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조형개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조형어법을 가지고 있다.  회화의 경우 캔버스와 물감이라는 전래의 재료에 한정하지 않고 오브제는 물론이려니와 쓰레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루전이라는 평면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화면은 입체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진 따위의 타 분야 예술과의 경계를 허무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이처럼 회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과학문명사회로 상징되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 및 사고를 일루전에 의존하여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예술이라는 것도 시대상황 및 시대감각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표현된 결과물 그 자체보다도 표현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도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이다.  그러기에 연극과 유사한 형태의 행위미술이 등장하는가 하면 전자문명과 관련된 각종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로서의 전문적인 교육이나 기술의 중요성이 후퇴하고 대신에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

  조형적인 순수미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추구하던 전통적인 미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미학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은 과학문명과 마찬가지로 진보 또는 발전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놀라움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다.  쇼킹한 것만이 새롭고, 그 새로운 것만이 미술이다라는 말이 결코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새로움만을 추구하다보니 현대미술이 생산해낸 새로운 조형어법 또는 미학은 그 주기가 무척 짧다.  새로운 표현이 유행한다 싶으면 이미 한편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미술운동이 일어나는 상황의 연속인 것이다. 


5. 미술품은 어떻게 구입할 것인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미술품을 구입하여 집안에 놓고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형태의 미술품이든지 한 두 점쯤은 소유하게 되면 자연히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미술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 중에서 직접 구입하여 소유하는 것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감상하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정신적인 포만감은 각별한 것이다.  그런데 미술품을 구입하는데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어떤 작품일지라도 그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 아니 수천 만원을 호가하기에 재화로서의 가치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수십 만원에 산 미술품이 이삼십년 후에는 그보다 몇 배나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수천 만원을 주고 산 미술품이 오히려 산 가격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미술품을 실컷 감상하고 또 소유하고 있다는 충족감을 주는 이외에도 돈을 벌어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금전적인 손실을 제쳐두고라도 기분이 좋지 않다.  선택을 잘못한 데 대한 자괴심이 따르는 까닭이다.

  그래서 미술품을 구입할 때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은 그 자신의 취향에 맞추는 방법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어야만 감정의 고양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목이 부족한 상태에서 취향에만 너무 의존하면 자칫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만일 안목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그 작가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으며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작가의 유명도에 매달리기 일쑤이다.  즉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거나 유명화랑을 찾아 구입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확률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작가의 지명도라는 것도 매스컴이나 화랑의 교묘한 상술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이 많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래성이 있는 작가를 분별해내기란 용이한 일이 아니다.  미술에 종사하는 전문가 그룹, 즉 작가를 포함하여 평론가 큐레이터 화상 기자라고 할지라도 안목에도 저마다 차이가 있을뿐더러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도 있어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으로 그 작가의 활약상을 수집하여 다른 작가들과 비교함으로써 성공적인 투자로서의 확률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신항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