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나비 꿈 (50) - 물기둥

펜보이 2007. 8. 23. 10:36
 


  물기둥 水柱

 

  아주 깊고 넓은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는 너무 넓어서 바다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호수에는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무기는 용이 되려고 하는 오래 묵은 뱀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가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가 보는 일이 있다지만 그 형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이는 뿔 달린 사슴 같다고 하고, 어떤 이는 뱀처럼 생겼다고 하며, 또 다른 이는 물고기처럼 생겼다고 했다. 아무튼 이무기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정리하면 머리에 뿔이 달려 있고, 몸통에는 비늘이 있으며, 뱀처럼 기다란 모양이었다.

  이무기는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이면 호수 한 가운데서 하늘을 보며 우렁찬 울음소리를 낸다고 했다. 이무기는 하늘로 올라가면 용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무기는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만을 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무기에는 날개가 없으니 혼자 힘으로는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거센 바람은 나무를 쓰러뜨리고 풀들을 몽땅 뜯어버렸다. 그리고 호수는 큰 물결을 일구었다. 집채 만한 파도가 일었다. 천지가 온통 난리였다. 바람은 호수 한 가운데로 이동하더니 갑자기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스스로의 몸을 돌려 돌개바람을 만든 것이었다.

  기운이 센 돌개바람은 파도를 일으키는 호수의 물을 서서히 하늘로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기운찬 돌개바람에 의해 빨려 올라가는 호수 물은 큰 기둥을 이루었다.

  그 때였다. 기둥처럼 생긴 물줄기를 타고 무언가 시커먼 것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 시커먼 것이 보이지 않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 듯이 돌아가던 돌개바람이 멎고 기둥처럼 생긴 물줄기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비 꿈"은 우주 및 자연현상에 관한 우화형식의 글로서, 50 항목으로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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