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꿈 (22) - 천둥 천둥 雷 어느 깊은 산중에 머리와 수염이 하얀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날마다 눈을 감고 앉아 명상에 잠기는 것이 일이었다. 물론 농사철이 되면 농사를 지었다. 농사라고 해봤자 옥수수와 감자를 심어놓고 한 두 차례 김을 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서 눈을 감고 앉.. 우화집 2007.07.02
나비 꿈 (21) - 번개 번개 閃光 어느 조그만 섬 마을에 노총각이 혼자 살고 있었다. 노총각은 아주 조그만 고깃배 하나로 고기잡이를 하고 있었다. 노총각에게는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이 있었다. 그 가슴 아픈 사랑을 못 잊는 나머지 혼자 사는 것이었다. 노총각은 아주 어릴 적 이웃마을에 심부름 갔다가 눈이 별처럼 빛.. 우화집 2007.07.01
나비 꿈 (20) - 월식 월식 月蝕 아주 깊은 숲에서 꼬마도깨비들이 한창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얼굴에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꼬마도깨비들의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러웠다. 그 때 마침 밤늦게 산 고개를 넘던 마음씨 착한 마을 이장아저씨가 이 광경을 몰래 훔쳐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장 아저씨는 꼬.. 우화집 2007.07.01
나비 꿈 (19) - 일식 일식 日蝕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두 명의 꼬마아이는 해가 중천에 뜬 한낮, 마당에서 땅따먹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제법 학교에 다니는 형들만큼 큰가 하면, 한 아이는 또래보다도 한참 작았다. 힘으로 하는 일이라면 큰 아이가 잘하겠지만 땅따먹기놀이는 반드시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 우화집 2007.06.29
나비 꿈 (18) - 저녁 놀 저녁놀 黃昏 방랑시인이 고원을 걸어가고 있었다. 고원은 너무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하나,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다만 무릎 정도 자란 이름 모를 풀들과 들꽃들만이 땅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나무 한 그루 없으니 새 한 마리 있을 턱이 없는 데.. 우화집 2007.06.29
나비 꿈 (15) - 무지개 무지개 虹 결혼을 앞둔 처녀는 아침나절부터 개울가 빨래터에서 이부자리 속감을 빨아 널고 있었다. 혼수로 가져 갈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양잿물에 삶아내어 눈부시게 하얘진 옥양목 이부자리 속감은 자갈밭에 누워 따스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빨래가 얼마나 하얗든지 반사되는 햇빛 때.. 우화집 2007.06.28
나비 꿈 (14) - 별똥별 별똥별 流星 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였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울었다. 엄마아빠는 아기가 잠든 사이에 밭일을 나가고 없었다. 아기는 아무리 울어도 엄마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제풀에 지쳐 울음을 그치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우화집 2007.06.28
나비 꿈 (13) - 눈 눈 雪 심심산골 외딴 곳,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산골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함께 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할머니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혼자서는 먹고 남을만한 .. 우화집 2007.06.27
나비 꿈 (12) - 물 물 水 아주 먼 옛날, 풀 한 포기도 나지 않는 메마른 땅이었을 때였다. 풀은커녕 벌레 한 마리도 살지 않는 죽은 땅뿐인 세상이었을 때였다. 그 메마른 땅 한 가운데 아주 거대한 바위덩이 하나가 땅에 깊이 묻혀 있었다. 바위덩이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꿈이었다. 하지만 .. 우화집 2007.06.27
나비 꿈 (11) - 불 불 火 아주 깊은 산 속 벼랑 높은 곳에 아기 주먹만한 하얀 차돌이 박혀있었다. 그 하얀 차돌은 밤낮으로 자신의 몸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는 것이 일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한낮에는 더욱 반짝이도록 몸을 닦으면서 따스한 기운을 몸 속 가득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해님처럼 밝고 따뜻한 .. 우화집 2007.06.26